[바티칸 CNS] 레오 14세 교황이 8월 6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 중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8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 비핵화를 호소했다.
교황은 6일 수요 일반알현을 마치면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기억하고 “비록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은 전쟁, 특히 핵무기가 일으킨 재앙에 전 세계가 반대해야 한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면서 “오늘날 우리는 상대방을 파괴하겠다는 위협으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환상에서 벗어나 정의로운 방법으로, 형제애 안에서 대화와 신뢰를 통해 안전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또한 일본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에게 서면 메시지를 보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생존자가 안고 있는 상처, 원폭 피해를 당한 거리와 건물에 남아 있는 상흔은 평화 추구와 비핵화에 대한 요청”이라며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무기들, 특히 표현할 수 없는 재앙을 일으키는 무기들을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핵무기는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을 파괴하고, 우리가 그 조화를 보호해야 할 창조물의 존엄함을 해친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교황의 이 메시지를 8월 5일 공개했다.
교황의 메시지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지 80주년이 되는 날을 기억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추모객들이 일본에 모이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으로 1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희생됐고, 도시는 폐허가 됐다.
교황은 시라하마 주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원폭 생존자들에 대한 애정을 전하는 한편 “원폭 생존자들의 이야기는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라고 우리 모두를 부르고 있다”며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도시는 핵무기가 만들어 낸 깊은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또한 “80년 동안 두 도시의 거리와 학교, 가정에는 시각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흉터가 남아 있다”면서 “사랑하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했던 ‘전쟁은 인류에게 언제나 패배’라는 말을 간절히 반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메시지에서 “전 세계에서 긴장과 충돌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지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상대를 파괴해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환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며 “우리는 정의에 뿌리내린 세계 윤리와 공동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은 메시지에서 5월 8일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던 군중들에게 했던 인사말을 인용해 “원폭 투하 80주년을 맞는 국제 공동체가 우리 모든 인류를 위해 지속적인 평화, 무기를 버리는 평화를 추구하는 정신을 새롭게 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