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를 처음 찾았다.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긴 복도와, 분주히 오가는 경찰관들의 모습이 낯설었다. 청사 직원이 아니어서 민원인이 드나드는 출입문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방문 목적을 묻는 직원 앞에서 순간 당황했다. 경당 축복미사 취재차 왔다고 했지만, 미심쩍은 눈빛이 느껴졌다. 경찰서라는 공간이 외부인에겐 얼마나 낯설고 긴장되는 곳인지 실감했다.
하지만 5층 ‘다니엘 경당’은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9평 남짓한 이곳은 하얀 제대보와 촛불, 작은 성상들이 놓여 있어 경찰서 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바쁜 일상과 긴장 속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쉼터였다.
새 경당의 축복식을 위해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와 사제단, 종암경찰서 교우, 선교사들이 함께했다. 제대 앞에 둘러선 이들의 얼굴에는 경건함과 더불어 기쁨도 묻어났다. 업무 특성상 주일미사 참례가 어려운 경찰관들에게 이 경당이야말로 하느님과 마주하는 귀한 통로가 될 수 있다.
미사 중 구요비 주교는 “바쁘더라도 잠시 이곳에 들러 고요와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당은 단순히 기도하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재정비하고 다시 힘을 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당 문을 나서면서, 경찰관들이 잠시라도 이곳에 들러 숨을 고르고 기도하며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신앙인뿐 아니라 모든 경찰관이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점점 늘어나 기도와 나눔이 채워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비록 작은 경당이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위로와 평화는 결코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