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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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서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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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관계의 핵심은 ‘소통’이다. 부부 사이도 그렇고 부모와 자식도 소통이 안 되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하느님과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신앙인은 하느님과의 소통에도 달인이 되어야 한다.

 

소통은 일방통행보다 쌍방향일 때 더욱 원활해진다. 하느님께 매번 이것저것 청하기만 한다면 서운해하실지 모른다. 그분께도 말씀하실 기회를 드려야 한다. 당신의 뜻을 여쭙고 또 내게 바라시는 게 무엇인지 새겨듣는 기도를 하느님은 더 좋아하실 것 같다.

 

 

하느님은 어떤 방식으로 내게 말씀하실까? 어느 날 천사를 보내시거나 아니면 삶 속에서 만나는 ‘사람’을 통해 당신 뜻을 전하실 수도 있겠다. ‘사건’을 통해 당신 마음을 알게 하실 때도 있다. 그리고 더 자주 사람들에게 당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는데 바로 ‘자연’을 매개로 일러주시는 말씀과 메시지이다.

 

 

요즘처럼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도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면 무더위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시려는 그분 말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무심결에 지나치지 않고 멈추어 경청한다면 말이다. 고통스럽고 성가신 찜통더위이지만, 폭염 속에서 하느님 목소리를 알아듣고 가리켜 주시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 길고 긴 이 여름을 견디는 보람이 있겠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에서 나는 “야 이놈들아, 지구를 그만 좀 괴롭혀라!” 하고 호통치시는 하느님 음성을 듣는다. “지구가 더 뜨거워지지 않도록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제발 좀 앞장서라!”는 말씀도 들린다. 1990년대 초에 유럽연합 15개국은 지구촌 탄소 위기를 직감하고 이후 30년 동안 탄소배출 감소에 매진했다. 

 

 

그 결과 건설, 발전, 농업 분야 등에서 20~30 가까이 탄소를 줄였지만, 교통에서는 탄소배출이 30 증가하여 지금은 교통 분야 탄소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기차로 2시간 반 이내의 단거리 항공편을 폐지하며 탄소 감축에 나섰다. 우리는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창조하신 이 세상을 돌보는 것은 우리 신앙인의 숙제이고 사명이다. 폭염 속에서 하느님 음성을 들어보자.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는 실외기를 보거든 내 방과 내 집을 식히기 위해 우리 마을과 도시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음을 알아차리자.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무심코 공회전했다면 내 차 바깥 공기가 더 뜨겁게 덥히고 있음도 깨닫자.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탐구해 온 김승섭 교수는 2017년 출간한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1995년에 있었던 ‘시카고 폭염 재난의 교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해 7월 시카고는 체감온도 48도의 무더위가 연일 지속되어 한 달 동안 7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이전에 없던 재앙 수준의 사고였다.

 

 

폭염 때문에 누가 죽었는지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아픈 사람, 혼자 사는 사람, 폭염에도 집을 떠나지 않은 사람,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더 많이 희생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가까이 인접한 두 동네의 폭염 사망자 비율이 10배 이상 차이가 난 곳도 있었는데, 외출을 꺼릴 정도로 공동체가 붕괴하고 치안이 불안한 동네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4년 뒤, 1999년 7월 다시 폭염이 찾아왔다. 시카고 시장은 비상 기후 대응 전략을 작동시켰고,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쿨링센터 34곳을 열고 무료 버스를 운행했다. 쿨링센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자 하루 만에 학교 31곳을 신속히 추가했다. 3만여 명 취약계층들에 대한 방문과 건강 상태 확인도 뒤따랐다. 그해 폭염 사망자 수는 110명으로 줄었다. 원인을 알고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였다.

 

 

폭염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 음성에 귀 기울이자. 공동의 집인 우리 지구가 왜 이렇게 뜨거워지고 있는지 성찰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자. 폭염 같은 재해 앞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취약하다는 것까지 깨달았다면 하느님과 나의 소통은 한층 깊어졌을 것이고, 우리의 성찰과 실천은 하느님의 더 크고 분명한 음성으로 세상에 울려 퍼질 것이다.


 

 

글 _ 정석 예로니모(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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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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