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페루, 바티칸까지 다중국적의 레오 14세 교황이 세금 문제에 따라 미국 국적을 포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미국 의회가 교황의 시민권을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해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18일 제프 허드(공화당) 하원의원은 HR4501(신성주권보호법)을 발의했다. 가톨릭 신자 의원 4명을 포함해 의원 6명이 공동발의했다. 교황으로 선출된 지 두 달여 만이다.
허드 의원은 “교황 재위 기간 시민권 박탈을 금지하고 미국 납세 의무가 면제돼 종교 지도자이자 국가 원수라는 그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신앙과 리더십, 국제적 책임이 교차하는 역할인 교황직의 특별한 본질을 위해 발의했다”고 밝혔다.
그간 교황이 바티칸 국가원수가 되면서 미국 국적을 갖고 있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미국의 세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들이었다. 모든 미국 시민은 국세청(IRS)에 연간 세금 신고서와 재무 공개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 베드로 성금(Peter''s pence)이나 신자들의 기부금, 교황의 지출 및 교황이 승인한 자선사업 내역 등 바티칸 재정 상황이 미국 세무당국 요청으로 미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미 교황청 내부에서도 교황의 미국 국적 포기를 권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아울러 한 나라의 국가원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국무부는 “미국 국민이 외국 국가원수, 정부 수반 또는 외무장관으로 선출되거나 임명되는 사건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또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기 국가 안보조치로 도입된 규정으로 미국 시민은 복수국적 보유 시 미국 여권을 이용해 미국을 출입국해야 한다. 외국 지도자로서의 면책 특권이 미국 헌법의 ‘어떤 미국 시민도 법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상충될 수 있는 것이다.
허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IRS에 교황의 재정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금지되며, 교황이 재위 중에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것 또한 명시적으로 방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