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주임으로 사목을 시작한지 넉 달 만인 2013년 12월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임명, 이듬해인 2014년 2월 주교품을 받고 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로 직무를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304명이 희생된 국가적 대참사였습니다.
갑작스레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세월호 유가족들 곁엔 유 주교가 있었습니다.
<유경촌 주교 / 2014년 5월 19일 세월호 희생자 위한 성모의 밤>
“물에서 올라온 자식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팽목항의 어머니들은 차갑게 굳어버린 예수님의 시신을 끌어안고 비통해하시는 성모님이셨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준 이도 유 주교였습니다.
<유경촌 주교 / 2023년 10월 29일, 이태원참사 1주기 추모미사>
“슬퍼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가서 같이 울어주고, 손잡아 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닙니까. 고통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말고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유 주교는 언제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했습니다.
복지시설인 가톨릭사랑과평화의집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부당 해고에 맞서 한 달 넘게 전광판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를 건넨 것도 유 주교였습니다.
<유경촌 주교 / 2014년 12월 11일 고공농성 노동자 만난 뒤>
“아휴 저는 뭐 잠깐 올라간 것만으로도 너무 괴롭네요. 저기서 어떻게 한 달을 지내셨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이런 이 현실이 얼마나 불행한 일이에요. 참 빨리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하겠다는 말씀 전하고 왔습니다.”
유 주교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도 온 마음을 쏟았습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함께 ‘내 마음의 북녘본당 갖기’ 기도 운동을 제안한 겁니다.
<유경촌 주교 / 2015년 11월 18일 내 마음의 북녘본당 갖기 기자간담회>
“북녘에 계시는 형제자매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그분들과 영적인 힘을 나눌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분명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도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유 주교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대표로 생명과 환경, 생명의 먹거리를 살리는 일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갈등과 혼란에 빠졌을 때도 언제나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유 주교의 마지막 ‘담화’는 올해 4월 20일 ‘제45회 장애인의 날’ 담화였습니다.
유 주교는 담화에서 “교회 공동체는 사랑의 정신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모든 이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담도암 2기 판정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했지만 병세는 악화됐습니다.
유 주교는 입원 중 지난해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사제들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성탄 메시지에서는 자신의 주교 수품 성구인 요한복음 13장 14절 “서로 발을 씻어주어라”를 소개했습니다.
유 주교는 메시지에서 자신이 주교품을 받을 때 각오는 ‘사람들의 발이나 닦아주자’는 마음이었지만, 주교품을 받은 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발을 제대로 닦아주지 못한 것 같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