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무제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에 반대
서울대교구 총대리이자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장 구요비 주교가 '낙태를 무제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특별 메시지를 발표했다. 특별 메시지는 17일자 서울주보 6~7면에 게재됐다. 구 주교는 특별 메시지에서 “교회는 무고한 인간을 고의로 죽이는 행위를 결코 정당화한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가톨릭교회의 낙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 7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낙태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법안이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신자들에게 “법안이 제정되지 않도록 마음과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구 주교는 발의된 두 법안이 “낙태를 무제한으로 허용해 헌법 재판소 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당시 태아의 생명 보호를 ‘공익’으로 여겼다. 임신 기간 전체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두고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며 입법자들에게 2020년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요구했다. 구 주교는 “낙태를 규제하는 법률의 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36주 태아가 낙태되는 등 낙태가 무방비로 이뤄지는 현실을 개탄했다.
구 주교는 두 법안이 낙태를 임신 중지로 표현한 것을 반대했다. “두 법안은 낙태를 ‘인공 임신 중지’라고 부르는데 이는 태아의 생명을 해친다는 사실을 감추고 낙태를 언제든 실행할 수 있는 일상적 행위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낙태 시술을 넘어 약물 낙태까지 허용한 데에 대해서는 “낙태는 결코 손쉽게 이뤄지지 않고 낙태약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며, 태아의 생명뿐만 아니라 여성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대단히 위험한 약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두 법안은 낙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 주교는 “이것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포기함을 넘어 낙태를 지원하는 일이 된다”며 “이것도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했다.
구 주교는 “태아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절대적으로 무고한 인간"임을 일깨웠다. “낙태는 이처럼 귀하고 무고한 아기를, 가장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장소인 어머니의 태중에서 죽이는 행위"라며 “이런 실상을 생각하면 교회는 낙태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 주교는 ”낙태가 이기적인 동기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임신부의 건강이나 가족의 경제적 형편 등으로 비극적인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면서도 “이런 모든 이유가 아무리 심각하고 극적일지라도 ‘무고한 인간을 고의로 죽이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생명의 복음」58항)”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구 주교는 “국가는 모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며 수정 순간부터 자연적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 생명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기도를 요청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