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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촌 주교 선종] 눈물로 마지막 인사, 따뜻하고 선한 목자를 마음에 새기다

유경촌 주교 장례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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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18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유경촌 주교 장례미사에서 관에 분향하고 있다. 이날 미사는 염수정 추기경과 주한 교황대사 가스파리 대주교와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과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애도의 목소리 
정 대주교, 주교품 동기로 특별한 고마움 
따뜻한 리더십, 복음에 충실한 목자 
먼저 다가와 위로해준 사제 

마지막 가는 길  
선종 직후부터 2만 3000여 명 조문 
주교단 고개 숙여 마지막 인사 
신자들, 추모 영상에 눈물 쏟기도 




사회적 약자 목소리에 귀 기울인 목자 

“유경촌 주교님의 사목 여정은 말로만 전하는 사랑이 아니라 삶으로 실천된 증언이었습니다. 교회의 얼굴로서 사회와 마주하시되 언제나 그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과 존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직을 온전히 살아낸 한 사제의 흔적을 보게 됩니다.” 

1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유경촌 주교 장례 미사.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고인을 이렇게 회고했다. 

2014년 주교품을 받은 이후부터 줄곧 동서울지역과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로 사목에 헌신한 유 주교. 그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기 위해 거리 농성현장으로, 외곽 선교지로 주저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도 고공 농성장에 올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로하기도 했다.

유 주교는 사제단과의 친교에도 힘썼다. 동서울지역 부주임·보좌 신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사목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를 고개 숙여 경청한 뒤 조용히 말했다고 한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아울러 정 대주교는 함께 주교품을 받은 ‘동기 주교’로서 유 주교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표했다. 정 대주교는 “외부, 수도회(가르멜 수도회) 출신인 제가 낯선 교구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데 유 주교님의 존재는 너무도 큰 의지와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주교는 2013년 12월 30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유 주교와 함께 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됐으며, 이듬해 2월 5일 나란히 주교품을 받았다.

 
명동대성당에서 유경촌 주교 장례미사를 봉헌한 뒤, 장지인 용인공원묘원으로 향하는 운구차 앞에서 신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배웅하고 있다.  
 
18일 봉헌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장례 미사에 앞서 신자들이 대성전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고 유경촌 주교의 형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장례 미사에 참여해 동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모든 이들의 귀감 

레오 14세 교황은 조전을 통해 애도와 함께 사도적 축복을 보냈다. 교황은 “특별히 유경촌 주교의 주교 직무, 특히 겸손한 삶의 모범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헌신을 감사히 기억하며, 그의 영혼을 좋은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자비하심에 맡긴다”고 전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서명한 교황 조전은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가 대독했다.

가스파리 대주교는 또 “저 역시 교황님의 애도에 깊이 동참하며 이별로 슬픔을 겪는 모든 이들과 함께 기도 안에서 깊은 일치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추도사를 통해 “유 주교님은 사제로서, 교회 지도자로서 올곧은 성품과 따뜻한 리더십을 지닌 분이셨다”며 “성실하고 한결같이 복음에 따라 살고자 애쓰는 목자의 모습으로 교우와 동료·선후배 사제들의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교직 사목 표어 ‘서로 발을 씻어 주어라’(요한 13,14)의 지향과 품성에 맞게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시는 동안 우리 사회 가장 낮은 이들과 함께하시며 진정한 섬김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셨다”고 강조했다.

교구 사제단 대표로 고별사를 한 김형균(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신부는 “주교님은 사제들에게 먼저 많은 걸 물어봐 주셨다. 교회 어른이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큰 위로를 받고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제자들을 사랑하시던 예수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교님 모범에 따라 이 세상에서 사제로서 행복하게 살다가 먼 훗날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시 만날 때 ‘주교님의 삶에 반했다’고 말씀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미사 중에는 유 주교가 사목하는 모습을 담은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고별예식은 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가 주례했다.

 
유경촌 주교의 관이 실린 운구 차량이 장례 미사 후 신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명동 일대를 빠져나가고 있다.
  
유경촌 주교의 시신이 안치된 관이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에 안장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눈물로 배웅 

미사를 마친 뒤, 성당 마당에서 유 주교의 관이 장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로 가기 위해 운구차에 실렸다. 고인이 보좌 주교로서 정성껏 보필한 두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정 대주교가 고개 숙여 마지막 인사를 했다. 형 유인촌(토마스 아퀴나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유가족과 교구 사제단도 함께 눈물로 배웅했다.

운구차 주변을 둘러싼 신자들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주교님 사랑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외쳤다. 이른 아침부터 명동대성당 들머리와 성모동산에서 유 주교를 위해 연도(위령 기도)를 바친 이들이었다. 유 주교가 선종한 15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2만 3000여 명이 조문과 연도를 위해 명동대성당을 찾았다.

체감온도 32℃로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신자들은 목자의 영원한 안식을 노래했다. ‘봉사 현장에서 만났을 때 손수 당신의 식판을 가져가 씻던 주교’. ‘명일동본당 주임 신부 시절, 행여 신자들이 미끄러질까 봐 눈이 오면 새벽부터 성당 마당을 쓸던 사제’. 이들이 저마다 공유한 추억 속 유 주교는 한결같이 따뜻하고 겸손한 하느님의 종이었다.

장례미사에 미처 참여하지 못한 신자들은 2시간 동안 그늘 한 점 없는 들머리에서 자리를 지키며 기도에 전념했다. 교구청 등 교회 기관 직원들도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가톨릭회관 야외계단에서 유 주교의 관이 나오기만을 묵묵히  기다렸다.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 기쁨과희망은행본부 김일호(미카엘) 본부장은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였던 유 주교님께서 교정시설 수용자와 출소자들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지니고 계셨다”며 “예수님께서도 사형수로서 고난을 겪으신 일을 회상하시면서, 오늘날 한국 교회가 돌보는 수용자와 출소자들을 도울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카리타스 창업준비센터 등 각종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하셨다”고 전했다.

추모 영상에 나오는 고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아내는 신자도 여럿이었다. 최서연(글로리아, 금호동본당)씨는“유 주교님께서 신부일 때 혼인성사를 주례해주셨다”며 “많이 편찮으셨다고 들었는데, 고생하다 눈을 감으신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계속 났다”고 전했다. 그는 “주교님께서는 신자들에게 ‘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늘 선행을 베풀 것을 강조하셨다”며 “꼭 편안히 하느님 품에 안기실 것을 기도하면서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찾아 뵀다”고도 했다.

유 주교는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에 안장됐다.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노기남 대주교·김옥균 주교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린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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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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