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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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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영광스러운 하느님의 자녀인가, 아니면 악마적인 살인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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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복음에 예수님과 그분의 옷이 해처럼 빛나게 되었다는 밝은 빛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하느님의 섭리일까?


8월 6일은 교회의 축일일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매우 참혹한 기념일이기도 하다. 80년 전인 1945년 8월 6일 아침,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했다. 핵폭발의 목격자들도 그것을 해처럼 밝게 빛났다고 증언했다. 곧이어 하늘을 뒤덮는 연기와 먼지, 파편으로 인해 어두웠지만 말이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핵무기 사용이었다. 또한 이후 여러 나라들이 이른바 ‘핵보유국’에 합류하거나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수십 년간의 공포 시대가 시작됐다.


그동안 핵실험과 사고로 인해 우리의 땅, 공기, 음식, 물, 그리고 몸이 방사능으로 오염됐고, 그 피해는 모든 인류가 함께 겪고 있다. 가난, 무지, 질병, 환경 파괴, 두려움과 증오를 치유하는 데 쓰일 수 있었던 엄청난 재능과 자원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낭비되고 있다.


그럼에도, 폭력은 마치 인간 본성 일부인 듯하다. 아이들이 서로 다투는 것에서부터, 국가 간 전쟁, 범죄 조직의 보복, 낯선 이를 향한 테러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폭력적인 종족이라 불릴 만하다. 오락이라 불리는 것 중 상당수는 폭력을 찬양하며, ‘놀이’라 부르지만 많은 운동 경기의 선수와 관중들의 태도는 결코 평화롭지 못하다.


복음서 저자들은 영광스럽게 변모한 예수님의 모습을 죽음을 이긴 최종 승리의 표징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교회는 전통적으로 변모 사건이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가르쳐 왔다. 우리의 궁극적인 운명은 하늘과 땅 모두에서의 영광과 평화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과 십자가로의 여정이 그분의 영광으로 가는 길이었듯, 우리 역시 영광을 향한 여정을 걸어간다. 그분이 참 인간으로서 영광을 받으셨듯,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우리는 영광스러운 하느님의 자녀인가, 아니면 악마적인 살인자인가? 우리는 과연 둘 다일까? 퓰리처상 수상작 「킬러 천사」(The Killer Angels)의 제목은 우리의 모순된 처지를 잘 드러낸다.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 앞에서 주님께서 변모하신 빛이,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의 어둠을 종식할 응답이 될 수 있을까?


산 위에서 영광을 받으신 분은 사람이신 예수님이었다. 그분께 일어난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영광을 위해 우리를 창조하셨기에, 영광을 향한 하느님의 딸과 아들로 사는 것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우리가 창조된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상하게도 본래의 모습이 아닌 존재가 되기 위해 오히려 큰 노력을 기울인다.


형제자매와 하느님 그리고 참된 나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데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필자는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며 경쟁과 폭력의 길을 선택한다.


원폭 투하는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주님의 변모와 이 축일은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우리의 소명을 받아들이고 그에 충실하게 살 수 있다면, 우리와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그렇다면, 영광을 향해 사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변모하신 주님의 삶이 그 길을 보여준다. 그것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섬기는 삶’이다. 다른 이들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심지어 그들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조용한 폭력’조차 상상할 수 없는 삶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가 두려워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심지어 죽음보다도 더 강하다는 확신 위에 세워진 삶이다.


우리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한 분은 이미 그렇게 사셨고, 그분의 삶이 우리 모두에게 영광으로 가는 길을 열어 주셨다.


8월 6일은 인류 전체로서, 또 개인으로서 우리가 지닌 가능성을 환히 비춘다. 개인이든, 국가든, 전 세계든 우리는 반드시 영광의 길을 선택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파멸의 길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글 _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 전교회 소속 사제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의 편집주간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의 발행인으로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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