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의 신도시 개발 계획에 따라 인천교구 청수성당이 철거 위기에 놓였습니다.
18년 전에도 강제 이전을 해야 했는데, 본당 신자들은 또다시 신앙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깊은 시름에 빠져 있습니다.
김정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신자 7천 명의 인천교구 청수본당은 교구에서 네 번째로 신자가 많은 본당입니다.
주일 미사에만 천500여 명, 초등부 120명, 중·고등부 70명이 참여하는 젊고 활기찬 공동체입니다.
하지만 본당은 두 번째 강제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본당은 18년 전 김포 운양동에서 김포한강신도시 개발로 강제 이전을 당했습니다.
이후 현 위치에 성전을 신축해 2015년 축복식을 거행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김포한강2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고시하면서 성당 부지가 재개발 구역에 포함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본당과의 협의는 없었고, 본당은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습니다.
신자들은 또다시 신앙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속지주의'에 따라 신자들은 거주지 관할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성당이 또다시 이전하게 될 경우 김포 장기동 지역 신자들은 본당을 잃게 됩니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20조 1항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부의 계획대로 신도시에 4만 3천 가구가 들어오면 약 10만 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천주교 신자를 약 만 5천 명으로 추산했을 때, 성당 한 곳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본당의 요구는 재개발 반대가 아니라, 현재 위치에 성당을 존치해 달라는 겁니다.
성당이 개발 구역 끝자락에 있어, 성당을 존치하더라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게 본당의 설명입니다.
성당의 존치를 바라는 건 본당 신자들만이 아닙니다.
성당의 존치를 위해 인천 교구민들도 서명 운동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서명한 교구민만 5만 5천 명에 달합니다.
청수본당 주임 김일회 신부는 "성당 강제 이전은 신앙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이라며 "오늘날 신앙에 대한 박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일회 신부 / 인천교구 청수본당 주임>
"돈을 아무리 몇 천억을 줘도 이 공동체가 완전히 와해되기 때문에 이 7만 명이 사는 이 지역에 있을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경우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한 군데도 없을 거예요.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두 번 쫓겨나는 그런 경우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신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성당이기에 김 신부의 마음은 더욱 무겁습니다.
<김일회 신부 / 인천교구 청수본당 주임>
"내가 살던 곳에 성당이 쫓겨났어요. 또 쫓겨나요. 또 쫓겨나는데 그걸 그냥 방관한다는 입장이 되는 거죠. 가톨릭교회가 방관하는 입장이면 그렇다면 공동체는 당연히 와해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절망감을 감출 수 없는 건 신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유진 베로니카 / 인천교구 청수본당>
"이제까지 정말 힘들게 컨테이너에서도 있었고 작은 정성, 건축 하나하나 벽돌 한 장 한 장 정말 작은 정성으로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또 저희 이 많은 신자들이 다 뿔뿔이 흩어져서 어디로 갈 곳이 없습니다. 제발 저희 성당 여기 존치할 수 있도록 꼭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