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선수와 나는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었던 나는 최정 선수가 언젠가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최정 선수는 지난 4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5회 왼쪽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는 한국 야구 레전드 이승엽 두산 감독이 기록한 467홈런을 뛰어넘는,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이었다. 프로 20년차 최정 선수는 또 KBO리그 역대 최초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신기록도 가지고 있다. 조만간 최다 만루 홈런 기록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최정 선수가 걷는 길은 이제 한국야구의 역사 그 자체가 되고 있다. ‘KBO 올스타 베스트 12’ 역대 3루수 부문 최다 선정자(8회)로 이름을 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래전 최정 선수와 함께 훈련하던 시절의 일이다. 타격훈련을 앞둔 최정 선수가 손에 테이핑을 하고 있었다. 나는 “훈련을 하다가 나중에 손이 아프면 테이핑을 해도 되는데 왜 지금 해? 특별히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닌데….” 그러자
최정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
“훈련을 하다가 손이 아프면 더 이상 훈련을 하기 힘들거든요. 손이 아프면 훈련을 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서요. 이렇게 미리 테이핑을 하면 더 오래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선수 시절, 나는 연습 벌레로 불렸다. 그런데 최정 선수는 그런 나보다 훈련을 더 많이 했다.
사람들은 최정 선수를 천재 선수라고 부른다. 타고난 야구 선수라고 칭찬한다. 하지만 최정 선수의 엄청난 훈련량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천재, 스타는 타고난 사람들이 아니다. 소위 스타, 야구 천재라고 불리는 선수들은 모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연습을 한다. 그렇게 그들은 쉼없이 스스로를 단련한다.
묵묵하게 연습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스타, 천재는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1년 혹은 2년 만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평생을 걸쳐 만들어가는 것이 천재이고 스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