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역사상 첫 교황청 여성 장관 탄생’, ‘첫 여성 바티칸시국 행정부 장관 임명’
여성의 사회 진출과 함께 교회 내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교황청에서 들려온 여성의 교회 내 고위직 진출은 ‘유리 천장’을 깨뜨린 전례 없는 수준의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여성과 ‘함께 걷는 교회’를 향한 의지는 문헌에서도 드러난다. 교회는 지난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결실을 정리한 「최종 문서」를 통해 “‘남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를 증진하는 교회를 요청’(「최종 문서」 50항)하는 목소리가 세계 각지에서 들려왔다”며 “관계들의 회심 요구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에도 해당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시노드 과정에서 모든 지역과 대륙의 여성들이 평신도든 축성 생활자든 거듭 표명한 고통과 괴로움”(「최종 문서」 52항)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교회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오지 못했다는 통렬한 반성 의지를 전했다.
이처럼 교회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신앙의 길을 걸어가는 ‘시노드 교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선 본당에서는 여전히 ‘따로 걷는’ 모습이 남아있다. 위계와 차별이라는 세상 논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수년 동안 본당 구역장과 노인대학 주방 담당 봉사를 해온 체칠리아(70)씨는 “오랫동안 활동하다 보니 주변 신자들이 총구역장을 하라고 권하기도 했지만, 평신도들이 어떤 의견을 내든 결국 주임 신부가 원하는 사람이 그 자리를 맡게 되는 것이 관례인 것 같다”며 “우리야 신부님이 지시하면 수백 명이 먹을 닭계장도 척척 만들어낼 수 있지만, 직장에 다니며 봉사하는 젊은 여성들에겐 이러한 모습이 더욱 힘들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교회 활동가들은 교회가 여성들을 향해 진정한 시노드 정신을 이룩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강대 신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 중인 조은나(루치아)씨는 “본당에서 시노드 정신을 실천한다는 것은 여성에게 결정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진정한 연대와 경청의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사제든 평신도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가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가톨릭평론’에서 ‘밀레니얼 가톨릭과의 만남’ 연재로 30대 청년 신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던 정다빈(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은 “본당에서 위로와 신앙을 바랐던 신자들이 신앙생활 중에 오히려 더 견고한 방식으로 봉사와 희생을 요구받는 것에 놀라 신앙생활을 그만두기도 한다”며 “청년들은 신앙을 주체적으로 살아내고 교회 공동체의 동등한 일원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지만, 대다수 본당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신자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2004년 88만 명에 달했던 20·30대의 여성 신자는 20년이 지난 지금 63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여성 신자 수 증감률은 2007년(3.35)·2010년(1.37)·2023년(0.39) 세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일 미사에 참여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여성 신자는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남성 청년 신자들은 20년 전보다 늘었다. 특히 젊은 여성 신자들의 두드러진 감소를 보면서 여성들과 함께 걷는 교회 역할을 더욱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현민·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