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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이나 전쟁의 그늘, 한 교구의 본당 절반 사라져

전쟁 피해 극심한 도네츠크교구의 리아부카 주교, ACN에 상황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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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리아부카 주교가 교구 신자를 만나 손을 붙잡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ACN 한국지부 제공


“전쟁 전 우크라이나 동방 가톨릭교회 도네츠크교구에는 80개 이상의 본당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37곳만 남았습니다. 나머지는 폐쇄되거나 파괴됐지요.”

우크라이나 동방 가톨릭교회 도네츠크교구장 막심 리아부카 주교는 최근 교황청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과의 인터뷰에서 4년째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삶과 공동체가 파괴된 교구와 신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리아부카 주교가 이끄는 도네츠크교구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중동부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드니프로·자포리자)에 위치해 피해가 가장 큰 교구 중 하나다.

리아부카 주교는 “러시아군이 교구의 절반을 점령하고 있는 탓에 점령지 사목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도네츠크에 위치한 주교좌 대성당 또한 폐쇄됐다”고 말했다. 결국 리아부카 주교는 남아있는 본당과 교회 시설을 전전하며 ‘순회하는 주교’로 사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교구와 본당 활동이 위축되면서 신자들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리아부카 주교는 “러시아는 동방 가톨릭교회와 라틴 교회를 포함한 가톨릭교회와 연을 완전히 끊었기에 점령 지역에서는 사목 활동이 매우 어렵다”며 “신자들의 신앙 생활 또한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속에서 신자들은 우리가 잊혀졌다는 고독감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열악한 신자 집을 방문하여 음식과 기타 지원품을 전하는 막심 리아부카 주교.



리아부카 주교는 전쟁이 사람들에게 남길 ‘마음의 상처’도 우려했다. 리아부카 주교는 “전쟁의 심리적 트라우마로 어린이들 가운데에는 읽기·쓰기·말하기 능력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며 “전쟁에서 아들이나 남편을 잃은 여성들 역시 ‘다른 사람의 어리석음 때문에 사랑하는 이가 목숨을 잃었다’는 억울한 마음속에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슬퍼했다. 그러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 속에 저 역시 무력감을 느낀다”며 “민간인들이 폭격당하고 사람들이 죽어가는데도 세상이 침묵하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리아부카 주교는 전 세계 신자들을 향해 일상이 무너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다시금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을 호소했다. 리아부카 주교는 “최전방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잃은 상황으로, 곧 겨울이 다가오면 전기가 없어 난방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본당에서 사람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자선을 베푸는 분들은 자신이 하는 활동이 어디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 손을 통해 고통받는 이들을 어루만지고 안아주신다”며 “도움받는 사람들 역시 자신이 받은 선물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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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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