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소화 데레사 시성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사회를 맡은 윤주현(맨 왼쪽) 신부가 발표자와 논평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1873~1897) 시성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는 성녀의 내면과 의식 세계, 어머니와의 관계성, 믿음의 시련 등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연구 주제들이 발표돼 성녀의 삶과 영성에 관한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성녀 소화 데레사의 작품에 나타난 의식’을 발표한 박현찬(성주 가르멜 수도원) 신부는 “성녀는 자신의 내면이 곧 사도직이며, 교회의 길이고 구원 사업에 동참하는 일임을 깊이 인지하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녀는 매일 자신의 내면을 직면하면서도 초월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면서 “절대적 확신·의도·의식·신앙·인지와 깨달음은 연약한 젊은 수도자가 인류의 스승으로, 신앙의 교사로, 교회의 박사로 나아가도록 인도했다”고 설명했다.
논평을 맡은 민범식(서울대교구, 가톨릭대 대신학교장) 신부는 “작은 길, 단순함, 사랑 등 성녀의 삶을 특징짓는 주제들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뤘던 한국 교회에서 성녀의 내면성과 의식이라는 새로운 주제가 연구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정인숙(젬마, 아기 예수의 데레사 영성 전공) 박사는 ‘성녀 소화 데레사의 어머니, 젤리 마르탱과 작은 길’ 주제 발표를 통해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그리스도교에서 부모와의 관계는 하느님과 관계를 인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상징이 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특히 예수님과 일치를 위한 과정에서 소화 데레사가 인식한 사랑과 자애 가득한 어머니의 모습은 커다란 상징이 되어 자신만의 ‘작은 길’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김평만(서울대교구, 가톨릭대 의대 교수) 신부는 “단순한 성인 전기나 심리적 인물 연구를 넘어 ‘어머니와 자녀’라는 관계 속에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신학적으로 구체화되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 논문”이라며 “가정의 중요성과 일상의 성화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는 오늘날 이 연구는 일상과 가정 공동체 안에서 신앙생활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논평했다.
믿음의 시련에 관해 발표한 신호준(마산 가르멜 수도원장) 신부는 “천국에 대한 생각이 행복의 전부이기까지 했던 성녀는 천국의 실존을 의심했다”면서 “세심증의 굴레에 갇혔던 성녀는 강박적 의심과 그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지독히 고통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련은 하느님께서 당신과 사랑의 합일로 이끄시는 정화의 한 측면이었다”며 믿음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기도하고 희생을 바치며 애덕을 실천한 성녀의 삶을 강조했다.
김광서(마산 가르멜 수도원) 신부는 논평에서 “이 주제는 성녀의 성덕을 찬양하고 부각하려는 입장에선 피하고 싶고, 여러 해석과 논란이 남아있는 영역이라 새롭게 접근하기 까다롭다고 여겨져왔다”면서 “이번 연구는 성녀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가르멜 수도회 한국 관구(관구장 이용석 신부)가 주최한 학술대회에는 예상보다 많은 이가 참석해 준비한 자료집 300권이 동났고, 강당을 다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여분의 의자까지 동원됐다. 관구장 이용석 신부는 “바쁜 일상 중에도 신앙적 성장과 영성적 깊이를 추구하는 여러분의 열정이 한국 교회의 희망이며, 성녀의 영성이 우리 시대에 새롭게 꽃피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