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가자지구를 방문할 수 있을까? 최근 몇 주 사이 교황의 가자지구 방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12일 팝스타 마돈나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교황에게 직접 요청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교황의 방문 요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향하는 식량과 연료, 의료품 반입을 전면 차단한 지 거의 3개월 후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나오고 있다. 5월 말 이후 극히 제한된 구호품만이 이스라엘과 미국이 지원하는 ‘가자 인도주의 재단’을 통해 가자지구에 들어갔는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음식 배급을 기다리다 1000명이 목숨을 잃었고 7000명이 다쳤다.
마돈나는 “교황 성하, 제발 가자지구로 가셔서 그곳 아이들에게 빛을 가져다 달라”며 “세상의 아이들은 모두의 것이며, 당신만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종교 지도자와 외국 정상들을 포함해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을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국경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다. 따라서 교황 역시 입국을 거부당할 수 있다.
비슷한 요청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라크 전쟁 초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도 바그다드 방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00년에 예정됐던 이라크 방문을 취소한 바 있으며, 2003년 미국의 침공을 앞두고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 사이에서 평화 중재를 시도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 2003년에는 호주의 반핵 운동가 헬렌 칼디콧 박사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이 전쟁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요청은 마치 슈퍼히어로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한 절박한 심정을 보여준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정부가 저지르는 전쟁과 폭력을 멈출 힘이 없다고 느낄 때, 혹은 미디어를 통해 참상을 목격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신들이 전쟁을 막을 힘이 없다고 느낄 때, 교황이 가진 도덕적 권위에 기대는 것이다.
실제로 교황이 전쟁 중인 국가를 방문한 최근 사례도 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다. 이는 현지 주교단의 초청과 정부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위험한 방문으로 전투를 끝내거나 일시 중단시키지는 못했지만, 수도 방기 무슬림 거주지 ‘PK5’에서 정상화가 일부 이루어졌다. 학교가 재개되고 일부 지역에서 불가침 협정이 체결되는 등의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폭력은 재발했다.
이러한 선례를 고려할 때, 몇 가지 핵심 질문이 떠오른다. 이스라엘은 레오 14세 교황이 가자지구를 방문하는 것을 허용할까? 설령 교황의 입국이 허용된다면, 단기적·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스라엘이 교황의 입국을 허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는 외국 국가의 원수이며, 무엇보다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이스라엘 대통령 이츠하크 헤르조그가 참례한 즉위 미사에서 교황은 “가자에서는 살아남은 아이들과 가족, 노인들이 굶주림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구호품 반입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또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쟁 종식과 민간인 및 예배당 보호를 촉구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그는 가자지구의 “극적인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최근 젊은이들의 희년 행사에서도 교황은 단호히 말했다. “우리는 가자의 젊은이들과 함께합니다.”
그나마 교황의 방문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 한 가지 사례가 있다. 7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성가정성당을 공습한 이후(이스라엘은 실수라고 주장)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추기경과 정교회 총대주교가 그 성당을 방문할 수 있었다. 피차발라 추기경은 최근 방문에서 500톤의 구호품을 가자지구로 반입할 권한을 이스라엘로부터 부여받았으나, 방문 후 언론에 “물자 한 톨도 들어가지 못했다. 물류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이 공개적으로 가자지구 입국을 요구한다면, 설령 거부당하더라도 이는 강력한 제스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전쟁을 끝내거나 구호품 반입을 늘리도록 지도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황을 위험 지역에 보내는 선례를 남기거나, 현재 제한적이나마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교황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따라서 근본적 질문은 이렇다. 설령 교황이 가자지구를 방문할 수 있다고 해도, 그래야 하는가?
현재로서는 새 교황이 교황청의 전통적인 외교 채널을 통해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8월 13일 카스텔 간돌포 별장에서 가자의 기아와 인도주의 위기를 언급하며 이스라엘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교황청은 전쟁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부드러운 외교’라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항상 비폭력을 통한 대화와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초대하고 격려한다. 왜냐하면 전쟁으로는 결코 문제들이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 _ 콜린 둘레
미국 예수회의 ‘아메리카’지 편집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가톨릭교회와 교황청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CNS, AP 등에서 근무했으며, 전 세계 다양한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