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 강사입니다. 학생들과의 만남은 분명 설레는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수업 중 오가는 학생들의 반응은 제 강의의 내용과 수준을 돌아보게 만드는 엄한 잣대가 되기도 하고, 때론 그들의 기대와 요구가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일을 단순한 직업 곧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버리고 싶은 유혹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던 중, 언젠가 이런 제 마음에 콕 와닿는 말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섭리가 맡기시는 청소년들….” 요한 보스코 성인께서 말년에 살레시오 회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담긴 구절입니다. 그 말씀을 접하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제가 만나는 학생들 또한 하느님의 섭리가 저에게 맡기시는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을 성인의 말씀을 통해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다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강의실은 저 자신을 하느님 사랑의 도구로 봉헌하는 거룩한 제단이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강의실로 향하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그 후부터 강의실 앞에서 잠시 기도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주님, 학생들이 저를 통해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기도의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도 저를 편안하게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따뜻한 눈빛과 말 한마디가 쌓여, 우정이 싹트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체험을 잊지 않고, 앞으로 만나는 학생들과도 우정을 쌓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나아가 이 마음가짐을 저의 삶 전체로 확장해 보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을 하느님의 섭리가 저에게 맡기시는 이들로 받아들이려는 것입니다. 그때 저는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깨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일상 전체가 하느님께 저 자신을 봉헌하는 거룩한 제단으로 변화될 수 있으리라 소망해 봅니다.
글 _ 김선필 베드로(제주교구 노형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