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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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한 일상 안에 숨은 악마의 본성

[월간 꿈 CUM] 즐기는 꿈CUM _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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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후유증이 제법 컸던 모양입니다. 나는 과연 어떤 본성을 가진 사람일까? 내 안온한 일상의 껍질이 벗겨지면 나도 몰랐던 섬뜩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 호에 소개하는 영화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와 그 인근 지역을 일컫는 명칭입니다. 2차 대전 당시 백 50만 명 이상의 유대인들이 나치에 의해 학살당했던 지옥의 현장이지요. 하지만, 카메라는 수용소 안쪽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대신에, 마치 관찰 예능을 촬영하듯 수용소 책임자인 ‘루돌프 회스 중령’과 그 가족들의 평화로운 생활만을 내내 지켜봅니다. 

수용소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둔 회스의 사택은 누가 봐도 사랑 넘치는 보금자리입니다. 담장 너머로 시체를 태우는 연기가 피어오르지만, 자상한 부모와 천진한 아이들의 웃음이 불안한 징후들을 덮어버립니다. 그 안락한 시간 속에서 홀로코스트의 살인범은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얼굴로 살아갑니다. 그의 귀는 자신이 살해한 이들의 비명을 들을 줄 모르고, 그의 눈은 오로지 자기 가족의 행복에만 꽂혀있습니다.

“우리 이름을 딴 작전명을 꼭 들려주고 싶었어” 회스 중령은 유대인 말살 작전에 자기 이름이 붙여진 사실을 신바람이 나서 아내에게 자랑합니다. 실제로 종전 후 열린 재판에서 회스를 비롯한 학살자들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며 죄를 부인했다고 합니다. 일말의 뉘우침도 없이….

우리가 타인의 아픔을 철저히 외면하는 순간 우리들 내면에 도사린 악마가 어떻게 본색을 드러내는지 영화는 독특한 화법으로 이야기합니다. 죽음의 수용소가 아닌, 가해자들의 안락한 일상으로 관객을 불러들임으로써 평범을 가장한 채 암약하는 악(惡)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런닝타임 105분이 지나자 갑자기 나 자신이 무서워졌습니다. 무심히 스쳐 가는 하루하루 안에 ‘또 다른 나’의 잔인한 얼굴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세상 가득한 신음소리에 귀 막고 살아온 망각의 관성이 이미 오래전에 양심을 질식시켜 버린 것만 같아 소름이 돋았습니다. 

영화가 선사한 이 언짢은 체험이 제 영혼의 퇴화된 통점(痛點)들을 되살려주길 기대해봅니다. 이웃의 고통을 한사코 나 몰라라 해온 ‘죽은 연민의 감각들’을 말입니다. 

글 _ 변승우 (명서 베드로, 전 가톨릭평화방송 TV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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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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