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아눈시에이션(Annunciation, 주님 탄생 예고) 가톨릭 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범인은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가톨릭계 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은 1999년 콜로라도주 리들턴에서 발생한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사건 이후 처음이다.
미국 OSV news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범인은 8월 27일 오전 전교생이 모여 미사를 봉헌하고 있던 학교 내 성당에 접근해 외부에서 창문을 통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 총격으로 8세, 10세 어린이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6~14세 어린이 14명과 성인 3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총격을 벌인 용의자가 올해 23세인 로빈 웨스트먼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범행 당시 소총과 산탄총, 권총으로 무장한 상태였으며 범행 직후 성당 앞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미사 참석자들을 성당에 가두기 위해 최소 두 개의 외부 출입문에 목제 판자를 데어 문을 막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OSV news는 “웨스트먼의 원래 이름은 로버트로 그는 여성으로의 정체성을 확인해 개명을 신청했고 2020년 1월 15일 승인되어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2017년 범행을 벌인 학교를 졸업했으며 그의 어머니는 범행이 벌어진 성당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에서 “신속한 대응을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을 현장에 투입했다”며 “백악관은 이 끔찍한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관련된 모든 분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비극적인 소식에 가톨릭교회는 충격에 빠진 피해 공동체를 위로하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사건 직후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통해 미국 세인트폴-미니애폴리스대교구에 보낸 메시지에서 “성당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목숨을 잃고 다친 이들이 있다는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이 끔찍한 비극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 특히 자녀를 잃고 슬퍼하는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와 영적 연대의 뜻을 전한다”고 위로했다.
이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영혼을 하느님 사랑에 맡긴다”며 “학교 공동체와 교구민들, 지역 주민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평화와 용기, 위안을 얻기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미국 주교회의 부의장 윌리엄 로리(볼티모어대교구장) 대주교는 성명을 통해 “비극적 소식을 교회 공동체 전체가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큰 비극을 겪은 가족들을 주님께서 보호해주시고 치유해주시길 간절히 청하자”고 당부했다.
세인트폴-미니애폴리스대교구장 버나드 헵다 대주교는 “학생들과 교사,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성당이라는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참상을 목격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치유가 이번 참사로 고통받는 피해 가족들에게 내리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헵다 대주교는 또 “취약하고 무고한 이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이러한 끔찍한 폭력 행위에 우리 지역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며 “총기 폭력은 반드시 종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