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지아 의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30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앵커] 국내에서 조력자살을 합법화하고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사실 안락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서울대교구가 생애 말기 존엄한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김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임종이 임박했을 때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7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서약한 사람은 300만명, 실제로 연명치료를 중단한 사람도 44만명이나 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당겨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비슷한 시기, 말기 환자가 요청하면 의사가 사망을 돕는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죽음을 초래하는 이들 법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온 데 이어,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이자 생명윤리자문위원장인 구요비 주교는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연민이라는 이름으로 죽을 권리를 요구하는 건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구 주교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건 비인간화된 사회”라고 지적했습니다.
<구요비 주교 /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장>
“오늘날 안락사와 조력자살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돌봄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돌봄은 결코 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돌봄을 필요로 합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윤형규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 대상을 말기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긴 하지만 생명 존중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아니며, 적절한 돌봄이 동반되는 것이 존엄한 죽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윤형규 이관세바스티나오 /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환자들의 빨리 죽여달라는 요구는 실제로는 가족들이나 이웃들이나 주위 사회에 ‘나를 좀 더 봐주세요. 보살펴보세요’ 관심을 요구하는 그런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환자한테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말로 죽음을 앞당기게 하는 것은 환자의 이익에 오히려 반하는 그런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최윤선 교수도 돌봄 개시 시점이 아닌 연명의료 중단 시점을 논의하는 우리 사회를 개탄했습니다.
최 교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일찍 시작할수록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며 “생애 말기 돌봄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윤선 로사리아 /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전 돌봄 계획 자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고요. 여러 연구에서 근거를 제시하려고 노력도 하고 있고 또 그 사람의 평소의 가치관과 사회에서 인정하는 윤리관, 법 테두리 이런 데에서는 얼마든지 컨센서스(동의)를 이룰 수 있는 겁니다.”
현재 말기 환자 돌봄은 대부분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신내병원 이상범 원장은 돌봄의 새로운 방향인 ‘재가 돌봄’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상범 / 서울신내의원 원장>
“결국에는 이렇게 안정적인 재가 돌봄이 이루어져야 환자는 자신의 집에서 존엄하고 평화롭게 삶을 마무리하는 재가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과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환자와 의료진, 각계 연구자와 정부 관계자가 생애 말기 돌봄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댄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