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많은 독립운동가들.
이 가운데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리는데 힘쓴 이들도 많은데요.
대표적 문화 독립운동가인 안봉근 요한 세례자의 삶을 김정아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안중근 토마스 의사의 사촌 동생인 안봉근 요한 세례자.
안봉근은 안중근 가문의 숨은 영웅이자 문화 독립운동가였습니다.
안봉근이 남긴 기록은 거의 없지만, 같은 시대 인물들의 글과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소설가인 이미륵, 마라톤 영웅 손기정, 빌렘 신부의 기록을 통해서입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은 우승 직후 안봉근의 집에 초대돼 처음 태극기를 봤다고 회고했습니다.
안봉근은 손기정이 태극기를 달고 뛰지 못한 것을 비통해했습니다.
<송란희 가밀라 / 한국교회사연구소 학술이사>
"자기는 달리기만 알던 젊은 청년이었는데 안봉근을 만나고 안봉근의 집에서 태극기를 보면서 민족주의자로 자기가 변화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를 보면 안봉근이 어떻게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일제의 감시를 피해 독일로 건너간 안봉근의 행적은 독립운동가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에도 등장합니다.
<송란희 가밀라 / 한국교회사연구소 학술이사>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에서 안봉근을 기억해서 안봉근한테 자기가 받은 도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썼고, 안봉근 덕분에 자기가 독일에 간 거 이런 것들을 다 기록으로 남겼죠."
이미륵은 안봉근을 두고 "한 사람의 칭찬을 다른 사람의 희망과 결부시키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고 기록했습니다.
송란희 이사는 "안봉근은 누군가의 희망과 꿈을 이뤄주기 위해 자신을 바쳤던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송란희 가밀라 / 한국교회사연구소 학술이사>
"자기가 뭘 나서서 뭐를 한다기보다 누군가를 누군가의 희망과 꿈을 이뤄주는 일에 좀 열심히 최선을 다한 사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
안봉근의 또 다른 발자취는 드레스덴 민족학박물관에 남아 있습니다.
안봉근은 이곳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한국 유물을 정리하고, 한글로 유물 카드 670여 점을 만드는 데 함께했습니다.
또 낫과 호미, 쟁기 등을 축소 모형으로 제작해 교육에 활용했습니다.
<송란희 가밀라 / 한국교회사연구소 학술이사>
"안봉근의 문화 활동이 한국을 알리는 문화 활동이 얼마나 컸는지 그리고 그게 100년 만에 그 유물이 한국의 제주에 와서 전시될 수 있었다는 건 안봉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안봉근이 정리에 참여했던 제주 민속유물 70여 점은 10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됐습니다.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안봉근은 유럽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립을 외친 인물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동안 안중근 가문의 독립을 위한 노력을, 민족운동에서 문화운동으로까지 확대시킨 인물인 셈입니다.
안봉근의 삶이 우리 사회의 독립운동과 독립유공자를 기억하는 방식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이유입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