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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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를 구하는 성 마르코 복음사가(St. Mark frees a slave) - 틴토레토(Tintoretto)

[월간 꿈 CUM] 그리는 꿈CUM _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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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토레토 작 '노예를 구하는 성 마르코 복음사가', 캔버스에 유채, 1548년, 아카데미아 미술관, 이탈리아 베네치아


옛날 옛적에, 프랑스 남동부 지역에 한 노예가 살고 있었다. 신앙심 깊었던 노예는 마르코 복음사가의 유해가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마르코 대성당 순례가 평생소원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주인에게 간청한다.

“베네치아로 순례를 다녀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주인의 대답은 단호했다. “안돼!” 그런데 이 노예가 보통 당찬 인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훌쩍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노예가 돌아오자 주인(그림 오른쪽 상단 붉은 옷 입은 노인)은 노예의 눈을 빼고, 사지를 자르고, 뼈를 부수라고 명령한다. 엄하게 벌하지 않을 경우, 다른 노예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사형집행일. 사람들이 노예를 죽이기 위해 우르르 달려들었다.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슝~.”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하늘에서 슈퍼맨이 내려온다. 터프한 헤어스타일에 오른손에 복음서를 들고 있는 그는 성 마르코다. 슈퍼맨 성 마르코의 손짓 하나에 사형집행 도구들이 모조리 부서진다. 노예를 묶었던 끈도 풀렸다. 노예는 구원받았다. 성 마르코는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을 찾아온 신심 깊은 노예가 박해받는 것을 손 놓고 구경하지 않았다.

풍부한 표현력, 화려한 색채. 마르코 복음사가와 관련한 극적인 전설을 이토록 역동적으로 그려낸 화가가 또 있을까. 틴토레토(Tintoretto, 1519~1594)니까 가능했다. 감각적이고 화려한 그의 그림은 당대에는 수준 낮은 것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베네치아 르네상스 미술의 정점을 찍는 전환기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그의 그림에서는 역동적 에너지가 넘친다. 휘리릭 수직 강하하는 슈퍼맨 성 마르코에서부터 혼란에 빠진 군중에 이르기까지 정적인 등장인물이 없다.

그런데 그림 속 사람들은 아직 슈퍼맨의 등장을 모르고 있다. 군중은 이 놀라운 기적이 마르코 복음사가 때문이라는 것을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기적의 근원인 하늘을 보지 않고 기적의 현상인 땅만 바라보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섭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인물은 그림 속에서 노예 단 한 명이다. 신심 깊은 노예만이 오직 하늘을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비와 눈 맞추고 있는가. 그림 속 사람들처럼 땅만 바라보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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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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