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회복과 성장의 30일”이었다며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책임지고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술어에는 새로운 출발과 희망을 담았다.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등이었다. 시급한 개혁 과제를 소개하며 “책무를 외면하지 않겠다. 직접 챙기겠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복원하고 바꾸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했다. 서술어도 이재명 대통령과 비슷했다. “숨 가쁘게 달리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직접 발로 뛰면서 세심하게 챙기겠다”였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거짓 수사에 불과했다. 그에게 국민은 자신을 지지하는 소수의 극우 세력뿐이었고 국민의 숨소리와 뜻에는 오로지 측근과 아내만이 존재했다.
계엄과 탄핵의 비상시국에서 인수위 없이 정권을 이어받은 이재명 대통령의 100일. 국민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경청과 통합 △공정과 신뢰 △실용과 성과를 원칙으로 하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빠르게 발표했다. 여기엔 세부적 국정 목표와 과제가 담겼다. 정부의 인사와 재정·입법 계획도 대부분 마무리됐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약속했다.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증명의 정치’,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신뢰의 정치’로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 응답하겠다”고 했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표방했다. 취임식 당일 야당 지도부와 오찬을 하고 관저로 여야 지도부를 초청했다. 집중호우 등 재난 상황을 직접 챙겼고 노동자 사망 사고 공장을 방문하고 대기업 회장들과도 직접 만났다. 현장 중심의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 초 이념과 진영에 집착해 불통과 독선적 이미지를 보인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100일 동안 국정의 밑그림은 그렸지만 여야 협치를 통한 정치력 복원은 여전히 요원하다. 여당인 민주당은 과반 의석으로 ‘우리 식대로’만 고집하며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했다. 방향이 다르고 정책을 반대하는 야당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당권과 기득권에만 몰두하며 대안 정당의 생명력을 잃었다. 신임 대표는 정부·여당과 잘 싸우는 사람에게 공천을 주겠다며 대여 투쟁을 본격화했다. 국정 파트너로서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야당과의 협치를 당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강자가 지나치게 세면 사람들이 보기 안 좋아한다. 큰 소리 나지 않게 국회가 잘 운영됐으면 좋겠다.” 지금 정국에서 대통령과 여당은 권력의 절대 강자들이다. 포용은 강자가 하는 것이다. 다투고 논쟁을 하더라도 만나서 해야 한다. 그래야 양보하고 타협하며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민주당은 경직된 이념과의 충돌에서 벗어나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에 동참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만남 제의에 조건 없이 응해 국정의 견제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임을 회복할 수 있다. 지식과 식견이 아무리 뛰어난 대통령도 무소의 뿔처럼 국정을 혼자 운영할 순 없다.
대통령 리더십의 성패는 겸손과 포용, 봉사와 헌신에 좌우된다. 특히 비판과 견제·감시에 눈과 귀를 열고 포용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오만하고 독선적인 권력은 늘 부정과 부패를 낳는다.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야 최대 다수의 국민이 최대 행복을 누리는 정치가 가능하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이 대통령의 첫 마음이 초지일관 끝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