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등은 8월 28일 국회 생애 말기 돌봄 세미나 ‘돌봄의 사회 : 생애 말기 돌봄의 활성화 방안’을 주최하고, 말기 환자들을 만나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30년 넘게 의사를 하면서 많은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봐왔지만, 환자·가족·의료인에게 죽음은 언제나 큰 문제입니다. 제 환자가 죽어갈 때 한 번도 마음의 짐이 되지 않은 적이 없어요.”(윤형규 교수,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
연명의료중단 결정과 이행 시기를 임종기에서 생애 말기로 앞당기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현직 의사들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 합법화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톨릭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는 8월 28일 국회 생애 말기 돌봄 세미나 ‘돌봄의 사회 : 생애 말기 돌봄의 활성화 방안’을 열고, 말기 환자들을 만나는 의료 현장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 자리는 국민의힘 한지아(베로니카)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연명의료중단 결정과 이행 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이 담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충분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행위를 중단하도록 허용하는 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형규 교수는 “말기 환자를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정의하고 진단 내릴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며 “만성 질환은 언제나 급성 악화하는 시기가 있는데, 이때 말기인지 판단하게 되면 말기이고, 회복하면 또 말기가 아니게 된다”고 꼬집었다. 의사의 자의적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최윤선(로사리아) 교수는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더불어 임종 돌봄에 대한 사회적 수요 역시 늘고 있다”며 “국가는 생애 말기 돌봄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인프라 확충·병원 간 연계 시스템 구축·의료전달체계 내 접근성 강화 등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돌봄의 새로운 방향으로 재가 돌봄과 임종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신내의원 이상범 원장은 “대부분의 말기 돌봄이 이뤄지는 병원들도 물론 좋은 시설과 쾌적한 환경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집보다는 익숙지 않은 환경”이라며 “재가 돌봄을 받을 때는 미우나 고우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처치 능력부터 환자에 대한 이해도, 지역 사회와 연계해줄 수 있는 능력 등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이 재가 돌봄을 수행하기 위해 수가 정상화와 같은 현실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는 “생애 말기에 있는 환자라도 인간 존엄성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인간 생명의 가치는 인간이 갖는 존엄에서 나오고, 이는 상황을 뛰어넘어 변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참된 사랑과 자비의 길은 상대가 병마에 고통스러워한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하는 것(조력자살)이 아니라 희망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도울 때 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