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의 론 데산티스 주지사는 스스로를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 신자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다른 주보다 사형을 많이 집행하고 있다. OSV
“마음이 나아질 거로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더 안 좋은 걸까요?”
미국의 사형 집행실에서 나온 피해자들이 공허한 마음을 뱉어냈다. 최근 플로리다주에서는 33년간 사형수로 복역한 커티스 윈덤(52)씨의 사형 집행일이 잡혔다. 윈덤씨는 1992년 여자친구와 그녀의 어머니, 자신에게 2000달러(약 280만 원)의 빚이 있다고 주장하는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윈덤씨는 어려서부터 지적 장애를 지닌 채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오랫동안 뇌 손상 징후도 나타났다. 그러나 윈덤씨의 변호인단은 이 사실을 재판에서 증거로 제시하지 않았다. 사건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 결과 배심원들은 결정적 감경 증거를 듣지 못한 채 8 대 4로 사형을 판단했다. 재판부도 이같이 선고했다.
그러나 윈덤씨의 사형 집행에 대해 피해자가 사면을 요청하고 나섰다. 피해자는 윈덤씨의 딸로 그가 죽인 여자친구 사이에 태어난 커티시아 윈덤씨였다. 보호관찰관으로도 일했던 브리지포트교구의 조지 케인 부제는 “우리는 진정으로 피해자를 위해 사형을 집행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어쩌면 그저 복수심에 불타는 우리의 피가 굶주린 욕망을 실현하는 조치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사형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사형은 평화를 주기는커녕 피해자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경우도 많다. 케인 부제는 “보호관찰관이던 시절, 사형 집행을 지켜보는 피해자들을 만난 적 있다”며 “그들의 마음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저희를 위해 살인을 하지 말아 달라. 이는 저희의 고통을 더 길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사형은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실현해준다는 명분으로 정당화되기도 하지만, 피해자들 가운데엔 정반대를 주장하기도 한다.
플로리다주는 올해 다른 주보다 많은 사형을 집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론 데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스스로를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 신자라고 밝히고 있다.
케인 부제는 “역사적으로 교회가 사형을 용인했던 때도 있지만, 그것은 복수를 위한 것이 아닌 위험한 침략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려는 조치였다”며 “그런 시대는 지났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흉악 범죄자들을 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 또한 한때는 사형제에 확고하게 찬성하고 이로써 피해자들을 보호한다고 믿는 가톨릭 신자였지만, 막상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형제가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모든 사람은 하느님께서 주신 존엄성을 지니고 있고, 누구도 이를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윈덤씨 8월 28일 결국 독극물 주사를 맞고 사망했다. 케인 부제는 “우리가 진정으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인간 존엄을 존중하고자 한다면 사형 집행이 생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생명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