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 신앙 선조 본받는 삶 요청
구요비 주교가 1일 순교자 성월을 여는 미사에서 절두산 순교성지 성당 제대에 현시된 순교 성인 유해에 분향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 성월을 여는 미사’가 1일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교구 총대리 겸 순교자현양위원회 위원장 구요비 주교 주례로 거행됐다.
구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많은 순교자의 피로써 이뤄진 한국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데 자부심을 품고 살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천민 출신으로 신유박해 때 순교한 황일광(시몬) 복자의 삶을 소개했다.
신분 때문에 조롱과 멸시받는 게 일상이던 복자는 교우들이 귀천을 떠나 똑같은 형제로 대하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 그래서 신앙 공동체를 현세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천당’으로 여겼고, 모진 고문과 박해에도 기쁘게 순교의 길을 갈 수 있었다.
구 주교는 “순교자는 목숨 바쳐 자신을 완성해 하느님 닮은 존재가 된 분들”이라며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신앙 선조를 본받는 삶을 요청했다.
교구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장인 구 주교는 현재 교구가 시복 추진 중인 ‘하느님의 종’들도 신앙의 모범으로 삼자고 권했다.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등이다. 아울러 6·25전쟁 중 순교한 ‘하느님의 종’ 이광재 신부(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도 언급하며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까지도 남을 도우려 했다”고 전했다.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겸 절두산 성지 주임 원종현 신부 등 사제단이 공동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700여 명이 참여했다.
미사 후 신자들은 순례자 여권 세트를 들고 성지를 순례하며 신앙 선조를 위한 현양 의지를 다졌다. 8월 15일부터 9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순례길 걷고 기부하기’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정기 희년을 맞아 교구는 ‘9월愛 동행 - 희망의 순례자들’ 행사로 순교자의 희년을 기린다.
순례자 여권을 들고 서울 순례길을 완주, 24개 성지·순례지 방문 도장을 모두 찍은 순례자는 9월 28일 오후 3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 성지에서 거행되는 ‘순교자 성월을 닫는 미사’ 때 축복장을 받을 수 있다. 순례자 여권 판매금은 취약계층을 돕는 데 사용된다.
9월愛 동행은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인 ‘천주교 서울 순례길’에서 열리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서울 순례길이 희년 전대사 수여 지정 순례지인 만큼 가톨릭 신자에게는 순례와 함께 기부도 하고, 전대사도 얻을 좋은 기회다.
앞서 레오 14세 교황은 희년 강론에서 “우리 희망은 예수님이다. 신앙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걸어가자”고 당부했으며,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도 올해 사목 교서를 통해 “서울 순례길 성지 가운데 적어도 한 곳을 도보로 순례하라”고 권고했다.
이학주 기자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