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성인상 축복식을 취재하면서 성인상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머리에 쓴 갓 때문에 얼굴에 그늘이 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갓을 쓰지 않은 모습을 상상하자니 그것도 어색했다. ‘김대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역시 ‘갓 쓴 신부님’이다. 실제로 김대건 성인을 비롯해 박해시기 신부들은 갓을 쓰고 다녔다. 당시 갓은 조선 남성의 일반 복식이었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신자들을 위해 늘 길을 나섰던 신부들과 갓은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는 늘 신자들을 찾아 길을 나선 탓에 갓끈 자리를 제외하고는 피부가 그을려 하얀 갓끈 자국이 생길 정도였고, 서양 선교사들도 상복 차림에 갓으로 얼굴을 가려 박해자들의 눈을 피했다. 신부들이 다들 갓을 썼기에 신자들이 신부를 ‘갓을 쓴 등불’이라는 의미로 ‘갓등이’라 비밀스럽게 부르기도 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덕분에 성인상의 갓을 다시 보다, 문득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대사가 떠올랐다. “조선의 남자들이 다 쓰고 다니길래 나도 하나 샀다”는 미국인 등장인물은 그 이름이 ‘갓’이라는 것을 알고 “오, 마이 갓. 조선인들은 언제나 God(하느님)과 함께하는 건가?”라 말했다. 박해시기, 하느님을 거부하는 세상 속에서 박해자들이 가득한 길을 나서며 갓끈을 동여맬 때, 순교자들은 언제나 갓(하느님)과 함께였다.
새삼 다시 바라본 성인상에서 그 어느 부분보다 갓이 하얗게 빛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 김대건의 얼굴은 가리고 갓(하느님)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순교란 이런 것이라고 알려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