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바티칸에 세워진 성 김대건 신부 성인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갓과 도포 차림의 성인상 모습이 영화 속 ‘사자보이즈’와 닮았다는 이유다.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는 이미 유럽에도 알려진 인물이지만, 대중문화와의 접점이 이처럼 큰 화제를 일으킨 것은 드문 일이다. 김대건 신부는 악령 댄스 그룹보다는 ‘데몬 헌터스’ 쪽에 가깝고, 둘을 이어주는 것은 전통 복식일 뿐이다. 그러나 교회는 이러한 문화적 만남이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케데헌의 성공은 한국적 전통의 힘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한류와 K컬처는 고유한 정서를 세계적인 감각과 결합해 큰 성과를 거두어 왔고, 케데헌은 그 정점을 이뤘다. 둘째, 그리스도교 문화가 지닌 잠재력이다. 성경의 구원 서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로, 다양한 인간형과 극적인 상징을 담고 있다. 2000년 교회 역사에서 쌓인 스토리와 이미지, 선과 악을 아우르는 상징들은 드라마와 노래, 춤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풍요로운 자원이다.
한국교회는 두 가지 자산을 모두 지니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라는 뿌리 깊은 토대, 그리고 그리스도교가 지닌 보편적 서사와 상징이다. 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다양한 문화 도구로 연결해 낼 수 있다면 복음화의 지평은 크게 넓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리가 소홀히 해온 전통문화 연구가 절실하다. 한국 사상과 전통에 대한 탐구와 이를 복음과 창의적으로 접목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오늘날 가장 효과적인 선교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