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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마련한 박재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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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위원회(위원장 박재찬 신부)는 9월 1~2일 부산시 수영구 성 분도 은혜의 집에서 처음으로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모임’을 열었다. 불교 승려와 원불교 교무, 가톨릭 수도자 등 32명이 함께해 가톨릭 베네딕도회 수도 생활을 체험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부산 총원)에 모여 영적 친교를 나누며 서로의 수행 생활을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은 박재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신부와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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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모임’을 처음 마련한 박재찬 신부는 “종교 간 대화는 ‘하느님과 일치의 열매’”라며 “우리가 신앙 생활을 통해 자신을 비우고 예수님과 일치하면 할수록 개방된 마음으로 경계 없는 사랑을 실천하게 된다”고 말했다.
 

▲ ‘이웃 종교 수행자들의 가톨릭 베네딕도회 수도원 체험’을 기획한 취지와 배경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한국에서 가톨릭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석가탄신일이나 종교 간 대화 행사를 위해 이웃 종교 사찰이나 기관을 방문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웃 종교 수행자들이 가톨릭 수도원에 머물며 수도 생활을 체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성탄절에 불교 스님께서 본당에 방문하거나 개별적인 인연으로 가톨릭 수도자와 스님, 혹은 교무님들과의 교류는 있었지만, 공적으로 이웃 종교의 수행자와 성직자, 그리고 재가 수행자들을 가톨릭 수도원에 초대하여 수도 생활을 나누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또한 이웃 종교 수행자들이 가톨릭의 수도원을 방문하고 그 생활을 체험하고 싶지만 그 방법이나 절차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이웃 종교 수행자들에게 가톨릭 수도원은 금역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에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에서는 불교와 원불교의 수행자들을 가톨릭 베네딕도 수도원에 초대한 것입니다. 

또한 불교는 수행의 삶으로 시작되었고 수행이 종교 생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톨릭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은 이들과 대화하는 데 있어 탁월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웃 종교의 수행자들을 가톨릭 베네딕도 수도원에 초대하여 수도생활을 체험함으로써 그들이 가톨릭 수도생활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서로 영적 교류와 영적 친교를 나누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모임에 참석한 32명의 수행자는 어떻게 초대되었나요. 장소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부산 수녀원으로 정하신 이유는요. 

 

2019년부터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는 다양한 불교 사찰과 원불교 성지, 성공회 수녀원 등을 방문하여 직접 그들의 수행생활을 체험했습니다. 또한 위원장인 박재찬 안셀모 신부는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와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DIMMID) 활동으로 이웃 종교의 수행자들과의 많은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이러한 만남에서 알게 된 이웃 종교의 수행자들을 초대하였습니다. 

올리베따노 수녀원으로 정하게 된 배경은 우선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의 설립을 제안하신 분이 올리베따노 수녀원의 전임 총원장이신 조성옥(에노스) 수녀님이셨기 때문입니다. 이 수녀원은 수도승 간의 대화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성숙한 공동체입니다. 또한 이 수녀원은 공동 전례나 환대 정신이 탁월하여 베네딕도회의 수도승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잘 보여 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많은 분에게 인지도가 높은 이해인 수녀님께서 이 공동체에 속해 계시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께서도 종교 간 대화에 관심이 많으셔서, 이번 모임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 주셨고, ‘나의 삶, 詩(시)와 기도’라는 주제로 나눔도 해 주셨고, 참석자들은 수녀님께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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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부산시 수영구 성 분도 은혜의 집에서 열린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모임’에 참석한 불교 승려와 원불교 교무, 가톨릭 수도자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전통의 수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대화와 선포”(Dialogue and Proclamation) 문헌 42항에 삶의 대화 (The Dialogue of Life), 신학적 교류의 대화 (The Dialogue of Theological Exchange), 활동의 대화 (The Dialogue of Action), 종교적 체험의 대화 (The Dialogue of Religious Experience) 등 종교 간 대화의 4가지 형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번에 실시한 수도승 간의 대화는 ‘삶의 대화’를 기반으로 하며 ‘종교적 체험의 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번 만남의 주제를 “와서 보아라”(요한 1,39)로 정한 것도 바로 ‘체험’의 대화를 강조한 것입니다. 불교 자체가 깨달음의 체험으로 시작되었고 다양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체험을 얻고자 합니다. 가톨릭 수도승들도 은총의 선물로 주어지는 관상적 체험을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수행을 합니다. 따라서 가톨릭 수도승들(Monastics)과 이웃 종교 수행자들과의 만남은 다른 종교 간 대화의 형태와는 달리 “이웃 종교의 수행 생활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서로 다른 수행 방법과 수행 생활의 어려움을 나눌 수 있고, 이를 통해 서로의 우정 관계를 깊이 하고 영적 친교(Spiritual communion)와 영적 가족(Spiritual family)”를 이루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2019년에 설립된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의 설립 취지와 배경, 그간 활동이 궁금합니다. 

 

전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회 수녀원의 조성옥(에노스) 총원장 수녀님의 제안으로 지난 2019년에 박현동 아빠스님과 함께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서 5명의 남녀 수도승들이 모여 이 위원회를 한국 베네딕도 장상 모임의 산하 기구로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베네딕도회 총연합에서는 다양한 종교의 수도승 간의 대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1978년부터 북미와 유럽에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가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1994년에는 이 두 기구를 통합하여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기구(DIMMID)를 설립하였고, 베네딕도회 총연합 수석 아빠스 직속 기구로 두었습니다. 이 기구는 유럽과 북미, 아시아에 다양한 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는 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에서는 한국의 여러 베네딕도회 수도원을 방문하여 수도승 종교 간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불교 사찰과 원불교 성지를 방문하여 그곳에 머물면서 그들의 수행 생활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가톨릭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이 불교 사찰에 머물 때, 스님들이 “왜 여기 왔습니까?”라는 질문을 하며 의아해 했습니다. 하지만 “스님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스님들의 수행방법을 배우러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스님들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같은 수행자로서 어려움을 나누는 동안 어느새 가까운 도반이 되어 갔습니다. 종교는 달라도 수행자들만이 겪고 알고 있는 공통 요소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종교적 다양성이 공존하는 만큼, 갈등도 존재합니다. 이 모임이 한국 종교 간 평화와 협력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그동안 대외적으로 주교회의 차원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등의 기구를 통해 평화를 위해 협력하고, 가난한 이들과 정의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위해 종교들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해 왔습니다. 또한 신학자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교리를 비교하고 연구하거나 서로의 경전을 함께 읽는 대화 모임도 있습니다. 수도회 차원에서도 장상 연합회를 통해 종교 간 대화를 위해 삶의 대화, 신학적 대화, 활동의 대화를 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1988년에 시작된 다양한 종교의 여성 수행자의 모임인 ‘삼소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녀 수행자 간의 종교적 체험적 대화는 그동안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토마스 머튼은 종교 간 대화의 토대를 ‘관상적 대화’로 보았습니다. 관상적 삶을 통해 자신의 종교 안에서 충분히 수행한 이들은 타인과 이웃 종교에 대해 개방성을 갖게 되고 경계 없는 자비와 사랑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종교 간 대화가 기도와 수행에 기초를 두지 않을 때, 표면적이거나 형식적인 행사가 되고 맙니다. 자신의 내면의 평화를 이루지 못할 때, 공동체와 세상의 평화도 어렵습니다. 불교나 원불교에서도 “먼저 자신의 내면에 평화를 이루어 ‘평화의 존재’가 되라”고 가르칩니다. 가톨릭에서도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내면에 먼저 실현하는 것이 세상의 평화 기초가 됩니다. 

따라서 영적으로 깨어나기 위해 수행하는 다양한 종교의 수행자들이 내적 평화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과 방법을 서로 나눈다면 서로에게 도전이 되는 동시에 서로를 충만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런 영적 기반을 두고 종교 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는 ‘대화이 영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는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활동해 나갈 예정이신가요?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종교 간의 화합과 협력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베네딕도회와 시토회 수도승들 역시 자신의 고유한 방법으로 이웃 종교의 수행자들과의 대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종교의 수행자들이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영적 교류는 자신의 수행 생활을 더욱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다른 종교의 수행자들을 통해 자신의 수도 생활에 자극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수행자 간의 친밀한 우정 관계의 모습은 종교 간 화합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승 종교 간 대화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결실이 없는 듯한 아주 느린 작업이기도 합니다. 수도생활 자체가 하느님과 함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면서 자신과 분투하는 가운데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리스도를 만나는 긴 광야의 여정이듯이 수도승 종교 간 대화도 이웃 종교의 수행자들과의 영적 교류를 통해 다양하게 다가오시는 성령의 활동을 알아차리는 긴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모임은 이제 겨우 시작 지점에 있습니다. 성령의 인도하에 기도하며 앞으로도 계속 이웃 종교인들과의 영적 교류를 통해 작은 인연의 씨앗들을 뿌려 나가고자 합니다. 때로는 가시덤불이나 길바닥에 떨어지는 사라지는 인연의 씨앗도 있지만, 좋은 밭에 떨어진 인연의 씨앗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평화와 자비와 사랑의 열매를 맺어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수도승이나 수행자의 개념도 좀 더 확장되어 평신도 관상가에게도 이 모임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신부님께 개인적으로 종교 간 대화란 무엇인지, 이를 통해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느끼시는지요?

 

하하하! 이 질문은 순서가 바뀐 것 같습니다. 먼저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 간 사람은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사랑을 닮아가게 됩니다. 경계 없는 보편적인 사랑으로 이웃을 대하게 되고, 이웃 종교도 마찬가지겠죠! 하느님과 가깝다고 하는 데 이기적이거나 자신의 공동체, 자신의 종교만을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하느님과 가까운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종교 간 대화는 ‘하느님과 일치의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신앙 생활을 통해 자신을 비우고 예수님과 일치하면 할수록 개방된 마음으로 경계 없는 사랑을 실천하게 됩니다. 그래서 머튼 신부님도 “종교 간 대화, 특히 관상적 대화는 자신의 종교에서 충분히 수행한 사람에게 맡겨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고 수도승이라고 해서 항상 하느님과 일치된 삶을 살지는 못합니다. 자신의 죄와 나약함을 알기에 하느님 앞에 겸손과 기도로 그분과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며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웃 종교인들을 존중하고 다양성 안에서 그들과 사랑으로 일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종교 간 대화에는 시간 낭비가 필요하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이유는 종교 간 대화에서 먼저 우정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정 관계는 어떤 목적이나 이익이 우선되지 않고 서로를 신뢰하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이러한 상호 신뢰의 우정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차도 함께 마시고, 밥도 같이 먹고, 서로 편안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집도 방문하며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필요하죠! 이것은 시간 낭비인 것 같지만 오히려 서로의 관계를 더 깊게 합니다. 이렇게 먼저 종교 간 대화에서 상호 신뢰의 관계를 형성했을 때 그 다음 단계로 제대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교황님은 잘 아셨던 것 같습니다. 
 

정리=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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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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