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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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랑, 그 갈급한 부정(父情)

[월간 꿈 CUM] 꿈CUM 가정 _ 오늘 당신의 자녀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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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꿈CUM


아이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보낼 때였습니다.

아이 안에 무슨 생각과 고민이 그리도 많은지 분명히 무언가로 꽉 차 있는 듯한데, 도통 속내를 보이지 않는 겁니다. 답답하니 잔소리가 많아지고 이해되지 않으니 한숨만 늘어나고 당연히 아이와의 갈등은 더해 갔지요. 행여나 딸과 아빠와의 관계가 더 나빠질까 중간에서 제가 전전긍긍하며 보내던 때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아이 속을 풀어주고 달래줄 수 있을까? 이런저런 궁리 끝에 연극치료를 생각해냈습니다. 아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뭔지 모를 불만, 또래 관계에서의 억울함과 분노. 그런 것들을 온몸으로 발산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다행히 연극치료 선생님은 철통 보안 상태의 아이 마음을 노련하게 열어주었습니다.

‘친구들과 대화할 때 어떤 말투나 목소리로 이야길 해야 말에 더 힘이 실릴까? 똑같은 말을 해도 어떤 말투가 더 카리스마 있어 보이니? 평소에 너는 어떻게 걷니? 어떤 자세가 더 신뢰 있어 보여?’

아이는 그 수업이 연극치료 상담인지, 1:1 특별 연기지도인지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었지요. 하루는 수업 과제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를 골라오게 했습니다. 아이는 다비치의 ‘이 사랑’이라는 곡을 골라갔지요.

속으로 저는 ‘또 그놈(남친)을 떠올리며 골랐겠군!’ 싶어서 말 그대로 썩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요. 생각만 해도 눈꼴시고 거북한데 왜 이런 사랑 노래를 갖고 연극치료 수업(상담)을 하는지 답답했습니다. 그런 저와 달리 연극치료 수업을 받고 나온 아이는 한껏 상기돼 있었지요.

“엄마, 대박! 어쩔, 나 완전 가수였잖아요. 쌤이 의자에 나 앉히고 지금부터는 완전히 내 독무대라고. 깜깜한 무대에서 머리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쫙 비추고, 노래하는데 완전 가수였잖아요.”

수업 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저는 새로운 내용을 듣게 됐지요.

놀랍게도 이날 수업의 주제는 ‘아버지에 대한 진심의 말’이었답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고른 노래는 바로 아빠를 생각하며 또 아빠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였던것이죠. 그리고 아이는 현재 아빠와의 소통, 정서적 교감에 대해 너무 답답해하고 그 결핍을 남친에게서 채우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와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아이는 아버지의 사랑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요. 선생님은 수업 중에 쓴 아이의 글을 참고삼아 보라고 귀띔해 주었지요.

‘나는 아빠가 좋은데 아빠가 자꾸 내 말도 안 들어주고 화만 내니까 너무 속상해. 아빠랑 대화할 때 일방적으로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아빠가 날 이해해 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껴. 나는 사랑받는 딸이 되고 싶어.’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 그 갈급했던 아빠 사랑이 아이가 골라왔다는 노래 가사 종이 위에 눈물로 얼룩져 있었지요.

“시간을 되돌리면 기억도 지워질까
해볼 수도 없는 말들을 내뱉는 걸 알아
널 힘들게 했고 눈물로 살게 했던 미안한 마음에 그런 거야

하지만 난 말야
너의 밖에선 살 수 없어
내겐 너 하나로 물든 시간만이 흘러갈 뿐이야
사랑해요. 고마워요. 따뜻하게 나를 안아줘

이 사랑 땜에 나는 살 수 있어.”

- 다비치 ‘이 사랑’에서

오늘도 부모 사랑이, 특히 아빠 사랑이 그리운 우리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당신의 자녀와 부디 안녕하기를 빌어봅니다.

글 _ 최진희 (안나, 서울대교구 문래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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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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