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영국 버밍엄 소재 성 필립보 네리 경당을 찾아 성 존 헨리 뉴먼 추기경 초상화 앞에서 사진 찍고 있다. 출처=영국 왕실 인스타그램
영국 켄트 공작부인. 출처=영국 왕실 페이스북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난 4일 선종한 켄트 공작부인(본명 : 캐서린 루시 메리 워슬리, 1933~2025)의 장례미사에 참여한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국왕이 자국 내에서 가톨릭 미사에 참여하는 것은 400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 텔레그라프 등은 찰스 국왕이 오는 1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대교구 주교좌 대성당에서 거행되는 켄트 공작부인 장례미사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웨스트민스터 주교좌 대성당은 1903년 준공 이후 최초로 영국 왕실의 장례미사를 거행한다.
버킹엄궁은 켄트 공작부인의 선종 소식이 알려지자 성명을 내고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찰스 국왕 내외를 비롯한 왕가는 켄트 공작부인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으며 그가 생애 동안 행했던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국왕이 영국 내에서 봉헌되는 가톨릭 미사에 참여하는 것은 16세기 이후 처음이다. 영국은 헨리 8세가 1534년 가톨릭교회와 단절을 선언하면서 가톨릭교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 다만 국외 가톨릭 장례미사에는 영국 왕실 자격으로 참여해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93년 벨기에 브뤼셀성당에서 열린 보두앵 벨기의 국왕의 장례미사에 참여한 바 있다. 찰스 국왕은 왕세자 시절이던 200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장례미사에 참여했다.
켄트 공작부인은 향년 92세로 지난 1961년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촌동생 켄트 공작(에드워드 윈저)과 결혼하며 왕실 일원이 됐다. 켄트 공작부인은 300년 만에 왕실 최초로 가톨릭으로 개종한 인물이다. 1975년 넷째를 임신했을 당시 공작부인은 홍역에 걸려 의사 권고에 따라 낙태를 결정했다. 1977년 다시 임신했지만 임신 36주차에 유산했다. 켄트 공작부인은 생전에 당시를 회상하며 “유산은 2년 전 일의 처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다 성공회의 여성 사제직 부여에 논쟁이 오가는 과정에서 성공회에 회의를 품었고, 가톨릭에 관심을 기울였다. 1994년 웨스트민스터대교구장 바질 흄 추기경에 의해 개종이 결정되면서 가톨릭 신자가 됐다. 1685년 찰스 2세가 임종 직전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후 300여 년 만에 왕족 일원으로서 가톨릭 신자가 됐다. 특히 영국 왕위 계승법은 1701년 가톨릭 신자이거나 가톨릭 신자와 결혼한 왕족은 왕위 계승에서 제외되기에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켄트 공작부인은 “오랫동안 숙고한 결정”이라며 “가톨릭 신앙의 위안과 가톨릭교회의 명료한 지침들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또 2001년에는 셋째인 니콜라스 윈저 경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며 316년 만에 영국 왕실의 남성 중 최초로 가톨릭 신자가 됐다.
켄트 공작부인은 자살예방 자선 단체인 ‘사마리탄스’의 후원자였으며, 가난한 젊은 음악가를 지원하는 ‘퓨처 탤런트’를 공동창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