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LGBTQ)로 구성된 가톨릭 신자들이 5~6일 무지개색 십자가를 손에 쥐고 로마 교회들을 순례했다.
이는 성소수자 신자들이 로마와 바티칸을 순례하는 최초의 순례로 기록됐다. 행사 계획은 이탈리아 주교회의와 예수회가 논의한 후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5 희년’ 기획자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와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마테오 추피 추기경 등 고위 인사도 행사를 승인했다.
그러나 교황청 희년 일정에는 기록돼 있지만 교황청이 공식 주관한 행사는 아니었다. 앞서 교황청도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조직하거나 후원하는 행사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순례는 이탈리아 평신도 단체 ‘라 텐다 디 지오나타(요나단의 천막)’가 조직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행사에는 20개국 순례객 1400여 명이 찾았다. 5일 순례자들은 연주와 기도와 묵상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6일에는 성 베드로 대성전 희년 성문을 통과했다. 같은 날 로마 예수회 키에사 델 제수성당(Chiesa del Gesu)에서 이탈리아 주교회의 부의장 프란체스코 사비노 주교가 미사를 주례했다.
사비노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모든 사람은 본질적으로 존엄성을 가지며, 존엄성이 짓밟힌 사람들에게 존엄성을 회복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모두는 희망의 순례자이며 이 축제를 어느 때보다 더 기쁘고 희망찬 마음으로 즐기자”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온 코리 셰이드씨는 CNN에 “교회가 더 많은 사람에게 문을 열었다. 정말 환영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1일 제임스 마틴(예수회) 신부는 레오 14세 교황을 비공개로 알현했다. 희년 순례에 참여한 교회 내 LGBTQ 단체인 아웃리치를 이끌기 위해 바티칸을 찾은 마틴 신부는 그동안 교회 내 LGBTQ 신자들의 권리 신장을 지지해온 인물이다. 마틴 신부는 미국 가톨릭통신(CNA)에 “교황과 만나뵙게 돼 영광”이라며 “교황께선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LGBTQ에 동일한 메시지를 지니고 계신다. 이는 열린 마음과 환대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순례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희년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를 주례하진 않았으며, 공식적으로 LGBTQ 공동체를 대상으로 발언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