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피에르 조르지오 프라사티 성인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OSV
평범한 청소년·청년의 시성
‘우리도 성인 될 수 있다’ 증거
전 세계적으로 관심 뜨거워
레오 14세 교황 주례로 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시성식을 통해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와 복자 피에르 조르지오 프라사티가 성인품에 올랐다. 이로써 가톨릭교회는 20·21세기에 신앙적으로 투철했던 두 젊은 성인을 통해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두가 지녀야 할 참된 삶을 다시금 제시했다.
앞서 두 성인의 시성식은 각각 청소년의 희년(4월 27일)·젊은이의 희년(7월 28일~8월 3일) 기간에 거행될 예정이었지만,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갑자기 선종하면서 수 개월 연기됐다가 이날 거행됐다.
이탈리아 현지 성물방에 진열된 카를로 아쿠티스·피에르 조르지오 프라시티 성인에 대한 책.
젊은이들의 ‘신앙 모범’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199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2006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15년간의 짧은 생애 속에서도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복음 전파에 앞장서 ‘하느님의 인플루언서’로 불렸다. 이제 ‘밀레니얼 세대의 첫 성인’으로 또래는 물론, 세계 젊은이와 모든 신자에게 그의 생애와 덕행이 더욱 전해질 전망이다. 이날 함께 시성된 프라사티 성인은 1901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나 예수회 학교에 다닌 후 가난한 이들을 돕는 평신도 단체 활동에 투신하다 1925년 소아마비로 선종했다. 그 또한 짧은 생애에도 하느님 사랑을 이웃에 실천했고, 성덕은 이미 많은 젊은이의 모범이 되고 있다.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의 가족들이 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봉헌된 시성식에서 레오 14세 교황에게 미사 예물을 전하고 있다. OSV
시성식에 함께한 가족·기적 체험자
이날 시성식에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됐다.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의 가족이 시성식에 함께한 것. 카를로의 어머니 안토니아 살자노씨와 아버지 안드레아씨, 그리고 카를로의 쌍둥이 동생들까지 온 가족이 참여해 시성 미사 중 예물을 봉헌했다.
가톨릭교회에서 성인이 되기까지는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이 걸리기도 한다. 시복시성 절차가 워낙 까다로운 데다 삶의 업적과 기록, 증언들의 수집, 기적 등 여러 요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2006년 선종 후 성인이 되는 데에 2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프라사티 성인 역시 1925년 선종 후 100년 만에 시성됐다. 아쿠티스 성인의 어머니 안토니아씨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카를로가 시성된 것은 우리 모두가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증거”라며 “지금도 성체성사 안에서 그의 진정한 현존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의 전구를 청하며 기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날 시성식에서는 아쿠티스 성인의 전구를 통한 기적 체험 당사자인 발레리아 발베르데씨도 함께했다. 그는 이날 미사에서 성경 독서를 했다. 202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고로 수술을 받은 후 중태에 빠졌던 그는 아쿠티스 무덤 앞에서 그의 전구를 청했던 어머니의 전구 기도 후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이것이 기적 사례로 인정받아 카를로가 성인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7월 27일 이탈리아 토리노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 성물방에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의 상본이 진열되어 있다.
밀레니얼 세대 첫 성인 아쿠티스
두 성인 가운데 특히 아쿠티스 성인을 향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뜨겁다. 아쿠티스 성인은 시성 전부터 ‘밀레니얼 세대의 첫 복자’로 주목받았다. 이후 이탈리아 아시시에 안장된 그의 무덤은 순례자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지난해에만 100만 명에 달하는 순례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다. 이탈리아의 각 주요 성지·순례지에서도 그의 상본과 성상, 영성과 발자취를 정리한 도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신들은 아쿠티스 성인을 향해 신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로 그가 보인 ‘이웃집 친구와 같은 매력’을 들었다. 영국 BBC는 아쿠티스의 시성 과정을 되짚은 보도에서 “젊은 신자들은 생전 닌텐도 게임을 즐기고 청바지를 입었던 성인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며 “평범한 소년이 성인품에 오른 걸 보며그들은 희망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가톨릭계 인터넷 언론 Aleteia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업적을 이룬 소년의 모습은 신자들에게 신앙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아쿠티스는 숙제를 잊어버리거나 지각을 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살았지만 이런 모습이 그의 거룩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