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시복 예비 심사 법정 개정의 의미
하느님의 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시복 예비 심사 법정 개정은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신앙의 증거자’에 대한 한국 교회 첫 시복 재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1922~2009)은 1968년 제11대 서울대교구장으로 착좌한 후 1998년 퇴임까지 30년간 교구장직을 수행했다. 그는 개인적 덕행의 모범, 한국 교회의 성장과 위상을 높인 공헌,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헌신 등으로 많은 이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특히 스스로 자신을 ‘바보’라고 낮추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모든 이를 환대하고 섬겼다. 이러한 ‘겸손’과 ‘섬김’의 성덕으로 자신의 사목 표어처럼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헌신했다.
이처럼 김 추기경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깊은 신앙 성찰을 통해 하느님과 인간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교회와 사회 안에서 실천으로 옮긴 목자였으며, 우리는 오래전 과거가 아닌, 오늘날 교회를 위해 헌신한 ‘하느님의 종’ 추기경을 위한 시복과 현양 노력에 돌입하게 됐다. 그의 최종 사목 목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으며 ‘인간 존엄성 수호’였다.
시복 추진 과정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이 인간에 대한 근원적 연민을 바탕으로 특히 가장 낮은 사람을 또 하나의 그리스도처럼 대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사랑의 전형을 보였다고 평가해 2023년 3월 23일 그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2009년 그가 선종한 지 14년 만이다. 아울러 김 추기경에 대한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모범은 선종 후 더욱 활발하게 재평가됐다. 많은 그리스도인과 교회 내 단체에서 그의 모범을 이어가길 열망했다.
한국 주교회의는 2023년 가을 정기총회에서 서울대교구의 이러한 결정을 만장일치로 동의했고, 교황청 시성부도 2024년 6월 18일 김 추기경의 시복 추진에 아무런 ‘장애 없음’을 확인해줬다.
이에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곧바로 2024년 7월 1일 김수환 추기경 시복 소송 청원서를 접수해 합법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됐고, 7월 6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김 추기경에 대한 시복 예비 심사 관할권을 구요비 주교에게 위임했다. 구 주교는 지난 9월 3일 ‘하느님의 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시복 예비 심사 법정 개정’ 교령을 공포하고 역사적인 시복 재판 첫 회기를 진행했다.
가장 큰 난제, 기적 심사와 전구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시복 재판은 교구 차원의 ‘예비 심사’와 교황청 시성부 차원의 ‘본 심사’를 거친다. 증인 심문과 현장 조사, 재판 문서 번역, ‘공적 경배 없음’ 등 교구 차원의 시복 예비 심사는 큰 장애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 추기경과 동시대에 함께했던, 그리고 그의 덕행을 실제 보고 경험한 사제·수도자·평신도들은 아직 곳곳에 있기에 관련 증언과 기록을 계속 수집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제는 본 심사 과정에서의 ‘기적 심사’다.
김 추기경은 순교자가 아닌 신앙의 증거자이기에 시복 재판 과정에서 한 건 이상의 명확한 기적 승인이 있어야 한다. 기적은 하느님께서 김 추기경의 시복 안건에 직접 개입하시는 일이다. 이 기적은 전구 기도를 통해 발생한다. 따라서 김 추기경의 시복은 우리가 얼마만큼 그에게 전구 기도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 추기경에게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도록 전구를 청하고, 이를 통해 받게 된 은총과 구체적인 은혜 체험이 그에게 성덕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에, 이 과정은 신앙의 증거자 시복 심사에 필수적이다. 이에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본인이나 가족·친구·지인이 겪고 있는 위중한 질병의 치유뿐 아니라 기타 꼭 필요한 도움을 위해 김 추기경에게 전구를 청할 것을 권고했다. 전구 기도는 시간과 장소, 형식과 내용에 상관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리면 된다.
리길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