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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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환 평화칼럼] 우리 시대를 살아서 다행이다

서지환 요한 바오로(청년 생명운동가·도림동교육센터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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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는 두 가지 유혹이 있다. 하나는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때가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기대어 모든 것이 변하길 바라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다른 듯하지만 사실 둘은 매우 비슷하다. 바로 ‘지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다. 과거에 매달리면 이미 잃어버린 것을 되돌리려 하고 미래만 바라보면 아직 없는 것을 만들어내려 한다. 결국 두 태도 모두 ‘오늘’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물론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쉽다고는 할 수 없다. 전쟁과 환경 위협, 가난, 기술 발전으로 인한 불안, 신앙 때문에 박해받는 이들?. 우리나라 안에서도 결혼과 출산이 줄고 사회적 분열은 깊어지고 소비주의는 사람들의 눈을 가린다. 이런 문제들을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해선 안 된다. 모든 시대에는 빛과 어둠이 함께 있었다. 원죄 때문에 악은 늘 존재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자유를 통해 선을 선택하고 사랑할 수 있다. 자유가 없었다면 사랑이 없고, 사랑이 없으면 삶의 의미도 없다. 그래서 신앙인은 가라지의 비유처럼 억지로 악을 없애려는 사람이 아니라 선으로 악을 이기는 사람이다.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선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힘든 시기를 지날 때마다 어떤 부부 친구를 떠올리고 만나기도 한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고 사회적으로 특별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다. 아이들과 놀며 웃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아무리 흔들려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정의 작은 사랑이 이렇게 큰 희망의 징표가 될 수 있다.

또 어떤 날은 성당 마당에서 아이들이 미사 후에 뛰어노는 모습을 본다. 그 작은 웃음과 순수한 목소리 안에서 하느님께서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계시고 일하고 계심을 느낀다. 그 순간 다시 힘을 얻는다. 절망보다 희망이 더 강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올해를 ‘희망의 희년’으로 선포하셨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교황들이 역사를 통해 특정한 주제를 강조하는 것은 언제나 시대의 필요에 대한 응답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성체의 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신앙의 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모두 그랬다. 지금 우리 시대에 희망이 강조된 것도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꼭 필요한 메시지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는가?(로마 8,31) 죄가 많아진 그곳에도 은총이 충만히 내렸다.(로마 5,20) 우리는 이 세상에만 속한 존재가 아니라 하늘의 시민이다.(필리 3,20)

그래서 아무리 지금이 힘든 시대라도?. 다행이다, 우리 하느님께서 우리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기 때문에.(마태 10,30) 다행이다, 우리가 이미 ‘승리한 편’에 서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가 아무리 약하고 넘어지더라도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용서하시며 다시 일으켜 주셔서.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다. 하느님께서 바로 이 시대에 우리를 살게 하셔서. 지금이야말로 나와 당신에게 가장 좋은 때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할 일은 단순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섬기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오늘이 바로 하느님께서 나를 기다리시는 자리다. 어제를 붙잡지 말고 내일만 바라보지도 말고 오늘의 삶 안에서 하느님이 맡기신 사명을 기쁘게 살아내자.

그래서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시대를 살아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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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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