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거쳐 시노드 ‘이행 단계’가 본격화했지만, 한국교회의 걸음은 아직 더딘 모습이다. 주교회의 차원에서 시노드 이행을 위한 모임과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시노드 길잡이 등 자료도 배포하고 있지만, 여전히 각 교구는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지체 현상은 무엇보다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함께 걷는 교회’라는 본질적 의미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으니, 이행 또한 소극적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시노드를 단발성 행사로 인식하는 시각도 문제다. 정기총회 직후 빠진 동력과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는 냉소가 공감대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시노드는 이벤트가 아니라 계속되는 여정이며, 교회의 자기 쇄신을 위한 성령의 부르심이다.

이행 단계의 성패는 양성과 공동 식별에 달려 있다. 시노드 동반자와 숙련된 진행자 양성을 서두르고, 모든 신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교육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본당과 교구는 ‘성령 안에서 대화’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장을 열어 모든 신자가 경청과 대화, 공동 식별에 참여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광주대교구 노대동본당이 시노드를 연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교회는 언제나 하느님 백성 전체가 주체로서 걸어가는 공동체다. 한국교회가 시노드 이행을 미루거나 소홀히 한다면, 쇄신의 기회를 잃는 것은 물론 사회 안에서 복음을 증거할 동력마저 잃을 수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열린 마음으로 시노드 여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교회가 시대 안에서 살아 있는 복음의 표지가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