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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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청년을 낚는 교회 말고 청년의 마음을 얻는 교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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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젊은이의 희년’에 참가한 청년들은 교회의 주인공으로서 로마 시내를 열정과 생명력으로 가득 채웠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에 응답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이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청년의 존재와 가능성을 힘 있게 증언했다. 그 체험은 순간에 그치지 않았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청년들은 감사미사를 위해 다시 모였고, 그 자리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봉사 신청서’를 작성해 봉헌했다.


봉사를 권유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답답함을 느꼈다. 깊은 신앙 체험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실천을 요구받는 분위기는 감동을 충분히 누릴 틈을 주지 않는 듯했다. 물론 그 감동을 봉사로 이어가는 것은 하느님 체험의 또 다른 모습이며, 개인과 교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왜 그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는지 곰곰이 떠올려보니, 교회 안에서 청년들이 늘 ‘당연한 일꾼’처럼 인식되어 왔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본당 행사에서는 청년들의 노동력이 자연스럽게 기대되었고,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구유를 철거하는 일에는 으레 청년들이 먼저 호출되었다. “청년들도 공동체의 일원이니 참여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청년들의 목소리가 교회 안에서 존중받고 반영되기까지는 긴 시간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나 역시 중고등부 교리교사로 활동하던 시절이 있었다. 교사 간의 호흡도 좋았고, 아이들과 더 즐겁게 지내기 위해 활동을 기획하고 교안을 준비했다. 아이들도 성당에 오는 걸 즐거워했고, 고3 학생 중에는 대학에 진학하면 교리교사를 하고 싶다며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교리교사가 부족하다는 걱정과 달리, 잘되는 공동체에서는 청년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신앙 안에서 기쁨을 경험할 때 자연스럽게 봉사로 이어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한 한 친구는 피아노 반주도 훌륭해 성당 행사마다 환영받았다. 음악회가 열리면 몇 달 전부터 오케스트라 연습에 참여했고, 성음악분과의 봉사에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빠짐없이 참여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 친구가 학비를 벌기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개신교회에서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성당에서는 차비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르바이트와 전공 연습 사이에서 시간을 쪼개 봉사까지 감당하던 그는 어느 날 “오늘도 억지 봉사에 간다”고 하소연했다.


나의 청년 시절 성당 활동은 분명 내 삶의 자양분이 되었지만, 20년 전 속상했던 일이 지금은 반복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봉사를 권유하는 방식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의 시선에서 왜 봉사가 의미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공감으로 설득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청년을 단순한 인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청년대회의 주인공이자 주체로 인정하며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꾸준하고 인내 어린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교회는 더 끈기 있게, 더 따뜻하게 다가가야 한다. 사람을 낚는 어부란 단번에 기술로 낚는 이가 아니라, 소통과 나눔의 시간을 통해 마음을 얻는 사람이다. 교회 역시 당장의 성과를 따지기보다, 관계에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여유와 인내를 지녀야 한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오늘날 청년 사목의 과제를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다. 그 여정 속에서 오래된 상처가 드러나고, 오랫동안 묻혀 있던 문제들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바로 그 시간이야말로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더 많은 청년이 교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 여정은 아픔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시간이자, 새로운 희망을 틔우는 시작이 될 것이다.


글 _ 박효정 체칠리아(수원교구 능평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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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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