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정책원 홈페이지에는 생명윤리 관련 기사들이 연이어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 흐름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드러난다. 특히 생명의 시작 단계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려는 사례에서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여러 쟁점이 겉으로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흐름으로 이어진다.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겠다.
첫째, 성별 선택을 위한 원정 출산이다. 최근 국내 일부 예비 부모들이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얻기 위해 태국으로 출산 원정을 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정 성(性)을 선택할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거나 수정하는 행위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 제1호에서 금지하고 있다. 이는 생명을 개인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는 행위에 대한 윤리적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성별을 가려 출산하려는 부모의 개인적인 욕구나 선호는 생명을 상품화하는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태국의 IVF(체외 인공수정) 전문 병원들은 ‘성별 선택 가능’, ‘착상 전 유전자 검사’ 등을 내세우며 한국인 고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최근 1~2년 사이 한국인 내원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언론은 전한다. 이러한 현상은 생명을 욕구 실현의 수단으로 다루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둘째,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다. 영국에서는 80대 이상 고령부부들이 해외에서 금전 거래(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얻고, 영국 법체계에서 합법적 부모로 인정받으려 한 사례가 논란을 일으켰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아이의 권리보다 성인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제도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2023년 60대 남성이 대리모를 통해 자녀 3명을 얻은 사건이 큰 파장을 낳았다. 최근에는 8000만원을 주고 계약한 대리모가 출산 후 금전을 추가로 요구하며 아이의 출생 비밀을 폭로했고, 이후 수감 중에 친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이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무효로 판정했다. 하지만 생명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사례라는 점에서 깊은 논란을 남겼다.
셋째, 난임 시장의 확대다. 난임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확대와 맞물려, 국내 난임 치료제 시장이 약 1000억 원 이상 규모로 추산된다. 시험관 시술이 급증하면서 1년 새 새롭게 생성된 배아가 80만 명에 달했다. 같은 해 폐기된 배아는 53만 3266명으로 전년 대비 30.8 증가했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이는 배아가 점점 필요에 따라 생성되고 폐기되는 ‘소모품’처럼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정부의 낙태 약물 도입이다. 이재명 정부는 낙태 약물 도입을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국정 과제로 확정했다. 정부는 낙태법 공백을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생명을 약물을 통해 쉽게 결정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낙태 약물이 여성에게 가져오는 대량 출혈, 극심한 복통, 불완전한 유산 등 부작용의 위험은 간과된 채, 태아의 생명 보호 공백을 메우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선택된 생명만이 보호 가치가 있다는 생명 경시 현상을 정부가 결과적으로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의 사례들은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생명을 시장 논리와 개인 욕구 그리고 국가 정책적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대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생명의 상품화’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생명이 욕망 충족이나 이윤 추구 혹은 정치적 전략의 도구로 전락할 때, 우리는 그것을 단순한 개인 선택이나 제도적 편의로만 볼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우리의 자유와 권리가 어디까지 생명 존중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혹은 생명을 도구화하면서 실현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글 _ 최진일 마리아 교수(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연구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