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으면서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차를 버렸다. 그래서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자꾸만 두리번거리게 된다. 두리번거리니 보이는 세상이 참 좋다. 예전에는 차를 갖고 다니느라 운전을 해야 해서 오로지 앞만 보며 운전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보이는 것은 앞차의 뒷모습과 차선을 변경할 때 차의 앞모습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삭막하기 그지없다. 주변 세상과 아름다운 환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제는 걸으면서 그리고 버스에서, 전철 안에서 여유롭게 두리번거리며 세상을 바라본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은 예전에 보던 세상이 아니다. 깜짝 놀란다. 내가 알고 있던 장소가 새 단장을 하고 있고, 흙밭이던 곳에서 친환경적인 건물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새벽에 날씨가 갑자기 영하로 내려가면서 나뭇가지에 하얗게 피어난 얼음꽃의 모습이 감탄을 자아내고, 저녁노을의 선율은 환상적이다. 천변에 피어나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한다.
매일 출퇴근하는 하루의 일상이 이제는 180도 완전히 달라졌다.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평화로움이 내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주어 이제는 더 여유롭고 풍요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두리번거리면 거릴수록 주변의 세상과 환경이 자꾸만 달라 보인다. 하늘이 보여주는 파란색의 감촉도 어제의 하늘과 오늘이 다르다. 나무에서 피어나는 초록의 생명력도 오늘과 내일 다르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 같았던 반복의 연속적 일상이 두리번거리면서 새로움을 더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지인분들이 자꾸만 나에게 묻는다. 차가 없는데 불편하지 않냐고…, 수십 년을 자가용을 운전해서 출퇴근하다가 지금 어떻게 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느냐고…, 지인들에 대한 나의 답변은 나의 두 다리, 하느님께서 직접 선물해주신 튼튼한 두 다리 차로 출퇴근하고 있는 지금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곱디고운 주변 풍경이 내 시각에 담기고, 나뭇잎의 향기로움이 내 후각을 자극하며, 걸어가면서 느끼는 바람이 내 촉각을 간질거린다.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선물이기에 두리번거릴수록 하느님의 사랑과 선물은 그만큼 나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동안 그저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던 주변 세상이 두리번거리면서부터는 하느님께서 바로 나를 위해 만들어주신 놀라운 선물임을 알아보게 된다. 오늘 또 두리번거리며 보게 될 세상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글 _ 이재훈 (마태오,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 사무국장)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신앙 안에서 흥겨운 삶을 살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가톨릭 사회복지 활동에 투신해 오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하루하루 매순간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