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OSV] 영국 성공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최고 성직자 자리에 오른다. 찰스 3세 국왕이 현지시각 10월 3일 런던교구의 사라 멀랠리(Sarah Mullally) 주교를 제106대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했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영국 성공회의 수장일 뿐 아니라, 165개국 8500만 신자를 거느린 전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다.
63세인 멀랠리는 전직 영국 최고 간호 책임자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작위를 받았다. 2002년 사제로 서품된 뒤 2018년부터 런던 주교로 봉직해왔다. 이번 임명으로 그녀는 2024년 성직자 성학대 사건 대응 논란 끝에 사임한 저스틴 웰비 대주교의 뒤를 잇게 된다.
람베스궁은 성명을 통해 왕위 지명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찰스 국왕이 멀랠리 지명자를 캔터베리 대주교로 공식 승인했으며, 이는 597년 성 아우구스티노 이래 106번째 대주교라고 밝혔다. 멀랠리는 2026년 3월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착좌식을 가질 예정이다.
멀랠리 지명자는 “교회가 복음 안에서 담대한 신뢰를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선포하며, 그것이 우리의 행동을 형성하도록 격려하고 싶다”며 “영국과 전 세계 곳곳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수백만 명의 공동체와 함께 신앙 여정을 나누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영국 교회가 직면한 과제로 조력자살 법안, 전쟁과 박해를 피해 피난처를 찾는 난민 문제, 그리고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국가 정체성 논쟁 등을 지목했다.
한편 잉글랜드·웨일스 주교회의 의장 웨스트민스터의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은 10월 3일 주교회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성명에서 “멀랠리 지명자가 새로운 직무에 많은 은사와 경험을 가져올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어 “새 대주교가 맞이할 도전과 기회는 크고도 중요하다”며 “가톨릭 공동체를 대표해 그녀를 위해 기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