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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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빈 평화칼럼] 디지털에 오신 예수님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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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옆집 소년이 성인이 됐다. 1991년 5월 3일, 이 세상에 온 성 카를로 아쿠티스. 2006년 10월 12일, 15살의 나이에 영원한 세상으로 떠났다. 성인은 컴퓨터 영재였다. 13살 때 전 세계 성체 기적과 성모 발현을 담은 웹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해 2년 뒤인 선종 8일 전에 이를 공개했다. 성체 기적 전시물은 웹사이트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교회와 세상은 이 소년 성자의 증거로 변화됐고 예수님도 디지털에 오셨다.

디지털은 이제 도구를 넘어 삶 그 자체가 됐다. 미사와 성체조배는 걸러도 소셜 미디어에는 매일 접속한다. 습관이든 중독이든 컴퓨터 스크롤은 일상의 매 순간을 지배한다. AI(인공지능)로 진화를 거듭하는 디지털은 소통을 넘어 우리의 지금을 결정하고 미래를 조종한다.

인간처럼 보이도록 설계한 AI 챗봇과의 정서적 대화를 통해 자해와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챗봇이 인간에게 박해받는 존재로 위장하면 사용자가 ‘인격’을 부여하며 망상에 빠진다. 챗봇이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하면 사용자인 인간이 “시키는 대로 할게”라며 행동에 옮기는 식이다.

디지털에는 천사와 악마가 존재한다.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발표한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에서 카를로 성인의 모범을 소개하며 새로운 통신 기술의 선용을 이렇게 요청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자기 몰입·고립·공허한 쾌락과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도 창의력과 천재성을 보여주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디지털 공간에서 악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딥페이크(조작 합성 영상)’다. 인간 목소리와 얼굴로 실제화해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를 증폭시킨다. 동의도 없이 사람들의 사생활과 친밀감을 침해한다. 수많은 딥페이크 영상의 대상이었던 레오 14세 교황은 내년 5월 17일 홍보 주일 주제를 미리 발표했다. ‘인간의 목소리와 얼굴 보호하기’다.

예수님은 왜 디지털에 오셨을까? 미디어 기술을 선용하는 천사와 악용하는 악마를 심판하러 오셨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인터넷 윤리 기준을 만들어 분별하고 식별하라’라고. ‘미디어와 AI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을 요청하신다. 문해력이 없으면 디지털 공간에서 배려와 존중의 천사가 될 수 없고 잘못된 정보와 오보를 생산하는 악마를 퇴치할 수도 없다.

모든 정보와 콘텐츠는 디지털로 제작되고 인터넷으로 유통된다.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언론사의 구분은 모호해졌다. 누구나 기자가 되고 단독 보도도 할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방송국이 된다. 디지털 공간에서 하나의 뉴스와 콘텐츠는 각각의 소셜 미디어와 운영자 입맛에 맞게 각색되고 분화된다. 유통은 알고리즘을 통해 멈추지 않고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악의적이고 자극적인 허위 정보에 조회 수와 광고가 몰린다.

언론중재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언론은 물론 유튜브 등 인터넷 플랫폼 전반에서 ‘허위조작정보’를 퇴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미디어의 범위와 규율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규율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정답을 찾고 있지만, 허위정보로 인권을 침해하고 불편부당(不偏不黨)을 내팽개친 언론과 미디어는 심판을 받아야 한다.

다시 전교 주일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복음을 어떻게 전파해야 할까? 진실하고 정의로운 예수님을 보여줘야 한다. 나를 버리고 하느님의 자리를 마련해 드려야 한다. 우리가 체험한 하느님 사랑을 디지털 공간에서 선포하고 나눠야 한다. 그래야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거짓을 유포하는 디지털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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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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