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CNS)]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후 첫 국빈방문(State Visit)으로 10월 14일 이탈리아를 방문해 전쟁, 이주민, 생태 그리고 저출산 문제 등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교황은 퀴리날레궁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가톨릭교회와 이탈리아가 침범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에 두고, 사회 발전의 모든 단계에서 특히, 가장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선을 위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퀴리날레궁은 본래 교황 관저로 사용되다 1870년 이후 이탈리아 왕과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고 있다.
국빈방문 의전에 따라, 교황은 로마 성 베드로 광장 외곽에서 이탈리아 정부 관리들의 영접을 받은 뒤, 이탈리아 군의 호위를 받으며 약 3km 떨어진 궁으로 향했다. 이탈리아 기병대가 교황이 탄 차량을 퀴리날레궁 안뜰까지 인도했다.
교황과 마타렐라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후, 과거 이탈리아 왕들이 무도회장으로 사용하던 ‘거울의 방(Mirrors Room)’에서 연설했다. 두 지도자는 다양한 사안에 대한 협력을 약속하면서도 공통의 우려도 드러냈다.
교황은 “수많은 전쟁이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며 “우리는 영상을 보고 뉴스를 읽고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가운데, 평화를 호소하던 제 전임 교황들의 예언적 경고의 말씀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모든 지역에서 평화가 재정립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간곡히 호소한다”면서 “정의와 평등, 민족 간 협력이라는 대체할 수 없는 평화의 토대가 더욱 증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또한 2026년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임을 언급한 뒤 “2026년은 우리가 공동의 집을 돌보아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되새길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탈리아는 창조물들을 존중함으로써 하느님을 찬양하도록 사람들을 교육하면서, 지구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누이요, 우리를 품어 주는 아름다운 어머니 같은 땅이라고 인식하는 문화를 세계에 전파할 특별한 사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마타렐라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 그리고 정부 주요 각료들에게 이탈리아와 유럽 전역의 출산율 저하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하면서 “정부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특히 모든 가정이 품위 있는 일자리와 공정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필수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모성과 부성의 요구에 대한 충분한 배려를 당부하면서 “수태의 순간부터 노년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와 더불어 이탈리아가 이주민들을 관대하게 돕고,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힘써 온 노력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며 “개방성과 연대의 정신을 계속 살려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