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경제 성장 속에서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가 불평등과 위험 속에 내몰려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안정적 고용에서 배제되고, 하청 노동자가 산업재해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매년 수백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생명을 잃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현실은 뼈아프다.
이윤을 위해 안전을 희생하는 기업, 효율을 위해 사람을 잘라내는 구조조정은 이미 사회적 죄의 구조다. 교회는 이러한 불의를 고발하고, 인간 존엄의 회복을 위한 연대에 앞장서야 한다. 노동 현장의 안전 확보, 정당한 임금, 안정된 고용, 노동조합 활동의 보장은 선택이 아니라 정의의 요구다.
교회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연민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정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신앙의 요청이다. 특히 교회는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이래로 노동의 존엄을 선언하며, 노동자를 단순한 생산 수단이 아닌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격체’로 가르쳐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존엄을 외면하는 신자유주의의 폭력을 비판, “경제가 사람을 배제하고, 돈이 지배하는 사회는 죽음의 문화”라고 지적하며, 이윤이 인간 위에 군림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오늘날 교회가 노동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억압받는 노동자들과 연대할 때 이를 정치적 행위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불의한 구조에 맞서는 일은 인간 존엄을 지키려는 신앙의 행위다. 그래서, 노동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연대는 신앙인의 의무다. 일터에서 누구도 다치지 않고, 누구도 부당하게 해고되지 않는 세상이 복음이 말하는 정의의 첫걸음이며,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