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종교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하느님도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종교 인구’입니다. 보통 각 종교 교단에서는 자신들의 교단에 몇 명의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를 파악해 발표하는데, 이것이 고무줄 숫자입니다. 종교 인구는 각 교단의 명예와 관련된 민감한 부분이라 모든 교단이 우리 종교를 믿는 이들이 많다고 주장만 하지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교단 별로 발표하는 종교 인구가 얼마나 고무줄 숫자인지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한국의 종교 현황’이라는 보고서에 드러나 있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모든 교단에서 발표한 신자 수를 합쳐 보니 약 5천6백만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 전체 총인구가 5천1백만 명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모두가 종교 활동을 한다고 가정해도 전체 인구수보다 교단 발표 신자 수가 약 4백만 명이 더 많은 겁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다는 부산광역시 인구가 3백24만 명입니다. 2개 이상의 종교에서 중복돼 활동하거나 개종한 이들을 고려해도 각 교단의 통계가 허수로 가득하다는 말입니다.
그렇다 보니 신뢰성이 높은 정부 조사 발표에 각 종교의 교단은 깊은 관심을 가집니다. 과거 통계청이었던 국가데이터처에서 조사해 발표하는 인구주택총조사는 종교 인구에 관한 엑스레이 사진입니다. 선거 때면 정치인들이 교단의 주요 종교인을 예방하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파악한 신자 수는 정부의 종교 정책 수립과 예산 배정의 근거 자료로도 쓰이기에 각 교단은 더욱 예민합니다.
2025년 올해 인구주택총조사가 11월 18일까지 진행됩니다. 센서스 100년을 맞이하는 이번 조사에서는 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해 새롭게 추가된 조사가 있습니다. 결혼과 동거의 인식 변화에 따라 결혼할 마음이 있는지와 혼인하지 않고 함께 사는 동거 여부를 파악합니다. 또한, 다문화 가족과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한국어 실력을,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집에서 대가 없이 집안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이나 친인척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항목 등이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는 10년마다 하는 종교 인구를 파악합니다. 각 교단은 모든 역량을 모아 신자들에게 조사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홍보 책자를 만들어 신자들을 교육하고 카드 뉴스를 만들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종교인 여부도 넓게 해석해 어떤 교단에서는 정기적으로 종교 집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아직 특정 교단에 속해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합니다. 종교 시설을 방문해 마음이 편해졌거나 종교에 호감을 느끼기만 해도 종교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번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당신의 종교가 무엇이냐 물으면 마음 가는 종교를 선택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당신의 종교는 무엇입니까>입니다. 2025 인구주택 총조사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나라의 미래 설계에 바른 답을 주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