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CNS] 레오 14세 교황은 전교 주일인 10월 19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아마존 밀림의 선교사’ 마리아 트롱카티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1883~1969) 등 7명의 복자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교황은 시성식에서 “무고한 이들이 고통받는 곳마다 하느님께서 현존하시고, 하느님의 정의는 용서라는 형태로 드러난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사랑의 마음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성식이 열린 성 베드로 광장에는 약 7만 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이탈리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레바논 조셉 칼릴 아운 대통령도 시성식에 참석했다.
이날 시성된 복자들은 트롱카티 수녀를 비롯해 파푸아뉴기니의 평신도 순교복자이자 첫 성인이 된 피터 토 로트(1912~1945), 아르메니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종교박해 때 투옥 후 처형된 순교복자 이냐시오 말로얀 대주교(1869~1915), 이탈리아 ‘자비의 자매회’ 창립자인 빈첸차 마리아 폴로니 수녀(1802~1855), 한때 교회에 반대하고 비밀종교에 관여했다가 회심해 자선활동에 헌신한 이탈리아 변호사 바르톨로 롱고(1841~1926), 그리고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최초의 성인이 된 ‘예수의 종 수녀회’ 창립자 마리아 렌딜레스 마르티네스 수녀(1903~1977), 프란치스코 제3회 회원으로서 ‘가난한 이들의 의사’로 불렸던 평신도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 시스네로스(1864~1919) 등이다.
특히, 트롱카티 수녀는 1905년 살레시오수녀회에 입회해 1914년 종신서원을 한 뒤 평생 선교의 모범을 보였다. 1922년 남미 에콰도르 선교사로 파견된 이래 47년 동안 아마존 밀림에서 원주민과 이주민 모두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반세기 가까이 아마존에서 원주민들과 이주 정착민들 사이의 화홰를 중재했으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1969년 8월 25일 비행기 사고로 갑작스럽게 선종했다. 트롱카티 수녀는 2019년에는 범 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시노드 특별회의에서 ‘시노드의 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교황은 시성식에서 7명의 성인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 깊은 친구들(faithful friends of Christ)’이라고 부른 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에게 정의를 베푸시고, 모든 이를 위해 당신 생명을 내어주신다”며 “세상을 사랑으로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믿는 믿음이야말로 우리가 정의에 헌신하도록 지탱해 준다”고 밝혔다.
이어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을 때, 우리는 자신에게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증인이 되고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면서 “예수님은 오만한 이들을 회개하도록 부르시는 겸손한 분이시고, 우리를 의롭게 만드시는 의로운 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은 새 성인들을 “어떤 이상을 위해 투쟁한 영웅이나 챔피언이 아니라 신앙을 위한 순교자, 복음 선포자, 선교사, 수도회 창립자, 그리고 인류의 은인들”이라고 칭했다.
교황은 이웃에 대한 자비 실천을 재차 강조하며 “하느님께서 위로하지 않으시는 울부짖음은 없고 그분의 마음에서 멀리 떨어진 눈물도 없다”면서 “하느님의 자비를 거부하는 이들은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