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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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축성생활의 해: 너 자신에게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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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의 아주 특별한 한 부분을 차지했던 ‘한국교회 축성생활의 해’는 ‘평화를 향한 길 위에 있는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축성이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실은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은 세례 축성 때 파스카의 인호를 받는다. 그러니 축성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거룩하게 하시는 하느님이 주체가 되어 이루어지는 축성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와 똑같이 살도록 부추긴다.

이러한 원의에 따라 지식기반 사회, AI 기술 혁신, 기후위기, 초고령화 등 사회적 이슈가 혼재하는 세상 안에서도 시대를 초월해 내적 가치들에 투신하며 하느님과 온전한 일치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이 바로 축성생활자들(수도회, 사도 생활단, 재속회)이다. 이들을 위해 교회가 특별한 시간을 내어준 것이다.


한국교회 축성생활의 해 시작과 마침의 시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 반포 60주년인 2024년 11월 21일과 수도생활 쇄신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60주년인 2025년 10월 28일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긴밀히 연결된 한국교회 축성생활의 해는 축성생활자 저마다가 그 의미를 심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 즉, 축성생활자 스스로가 그 본질적 의미를 깨달아 핵심을 살도록 시간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축성생활의 본질적 의미는 무엇인가? 「인류의 빛」에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세례 은총의 더욱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있도록 교회 안에서 복음적 권고들을 서원하여 사랑의 열정과 완전한 하느님 예배를 가로막을 수 있는 장애에서 해방되고자 하며, 하느님 섬김에 더욱 깊이 봉헌되는 것이다.”(제6장 44항)


이를 통해 축성생활을 신학(교회론) 안으로 가져왔을 뿐 아니라 「완전한 사랑」에서는 수도 생활의 시대 적응과 쇄신(Aggiornamento)을 언급했다. 수도자 신분의 중요성은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제시하신 그 생활 양식을 철저히 본받아(마르 3,13-14 참조) 교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재현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지상의 모든 것 위에 들어 높이는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가 지닌 사랑의 힘과 교회 안에서 기묘히 활동하시는 성령의 무한한 능력을 모든 이에게 드러내 보여주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도자는 교회의 삶과 거룩함에 속한다. 수도자의 삶은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하게 되는데, 이는 십자가의 고통을 통해 드러나는 부활, 즉 파스카를 미리 맛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수도자들이 사는 사회는 명예와 부와 건강을 따라 살도록 부추긴다. 이 흐름은 대부분의 사람들 삶의 양식 안으로 흘러 들어와 명예를 추구하고, 건강을 챙기며 자신을 채우며 살도록 욕망하게 한다. 이 가치가 물질주의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파는 세상에서,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돈의 힘으로 축적할 수 있는 것에 달려 있는 것처럼”(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218항) 보이게 하는 이 저속한 체제는 창조주 없이 사는 세속 사회를 부추긴다. 그럼에도, 하느님께서 강생하시고, 기름 부음 받으시며(축성) 구원의 역사를 써가신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추세로 빚어지는 성소자의 감소와 수도자들의 고령화로 축성생활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그 틈새로 본질에 충실한 축성생활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불필요한 가치들을 잘라내고 하느님만 남는 영의 힘, 그 그루터기에서 거룩한 씨앗(이사 6,13 참조)이 트여 축성생활이 이어지는 것이리라. 근원적 질문을 품고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려는 이들이 있는 한 축성생활은 계속될 것이다.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노(354~430)는 이렇게 말한다. “밖으로 나가지 말라! 너 자신에게 돌아가라! 인간의 내면 안에 진리가 살고 있다.”(「참된 종교」 39권 72장)



글 _ 이은주 마리헬렌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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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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