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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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 철 들어?

[월간 꿈CUM] 꿈CUM 가정 _ 오늘 당신의 자녀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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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꿈CUM



“아이구, 저거 언제 철 들어?”

열아홉 살의 딸을 두고 남편과 하루건너 한 번씩은 푸념하듯 하는 소립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 공원을 산책하다가 그토록 뜨겁던 여름의 흔적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는 걸 느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이 든다’라는 게 뭘까.

어릴 적 우리 아이가 유치원 가면서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겠다고 고집을 부린 적이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철마다 내가 어떻게 입고 먹고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 그것이 일차적으로 ‘철이 든다’라는 게 아닐까요? 
이차적으로는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비로소 철이 든 모습일 겁니다. 그런데 철이 들고 말고가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특히,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30년 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식들 이야기가 나왔지요. “내가 미치겠다. 밤낮으로 방송한답시고 들어보면 별 주제도 없어. 그냥 국수 먹으면서 수다 떨고 댓글다는 애들이랑 티키타카만 해대는데 그런데도 무슨 후원금인가가 들어오더라. 먹다가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고 혼자 손뼉 치고. 관종도 그런 관종이 없어. 남편이 한심해 죽는다. 저러고 살 거면 더는 가족으로 살고 싶지도 않다는데 딸은 되려 ‘학교’에 대한 기억과 아픈 경험이 너무 많아서 더는 학교에 안 가고 싶단다. 학교에 다녀야만 가족으로 살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혼자 사는 친구한테 가서 같이 자취할 수도 있지만, 미성년인 나이에 나가면 아빠가 인연을 끊느니 마느니 할 테니 집을 나가더라도 스무 살이 되어 독립이라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나가겠단다. 그러면 명분도 있고 아빠와의 관계도 최악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 엄마 아빠가 자꾸 언젠가는 다시 학교에 가겠지, 아직도 그 희망 고문 속에 있는 게 너무 싫단다.”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은 저희 딸에 대해 감탄하며 칭찬을 해댔습니다.

자기 개념이 서 있고, 상황도 볼 줄 안다며. 게다가 아이템도 없이 방송한다고 비웃는 저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냐, 세상 모든 것이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유튜브 찾아봐라. 마을버스 노선 하나도 올려놓고, 엘리베이터만 다양하게 찍어 올리는 사람도 있다. 농부가 농사짓는 일상을 올려도 사람들이 찾아본다. 안 볼 것 같지? 다 구독자가 있다”라고 하는 겁니다. 

옆에 있는 친구는 또 이런 자식 걱정이 있었습니다.

“스물둘의 개미 같은 딸 하나랑 베짱이 같은 재수생 아들이 있는데 둘이 극과 극이야. 딸은 대학도 얼마나 치열하게 다니는지, 학과 대표나 동아리 회장도 스펙으로 해. 학교 행사 준비도 며칠간 밤을 새우고. 대학부터가 벌써 치열한 스펙 경쟁이야. 이대로 졸업 후 빨리 취업이 안 되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야. 그런데 베짱이 재수생은 뭐가 그렇게 공사다망인지 모임도 많고 참여하는 데도 많아. 그래도 나중을 생각하면 내가 봐도 개미 같은 딸보다 베짱이 아들이 더 잘 될 것 같긴 해. 나중에 열심히 산 우리 딸이 저렇게 놀고도 더 잘 되는 동생을 보면, 물론 동생이니까 좋아는 하겠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허탈감을 느낄까 봐 그것도 걱정이야. 너무 조급해하며 쫓기듯 사는 딸도 그렇고, 재수생 주제에 모임 많은 아들도 어이가 없어.”

친구의 이 말에 저와 다른 친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엔 한 마디로 남의 자식은 어떤 모습이든 다 훌륭해 보입니다. 부럽고 기특합니다. 설령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이 매우 기대되죠.
그런데 내 자식은 왜 그럴까요? 

결국, 내 자식이라 그런가 봅니다. 어차피 부모 눈에 자식이 철들 날이 있을까요? 오늘은 당신의 자녀를 마치 남의 자식인 듯, 남들이 우리 아이한테 하는 말도 좀 믿어 보시지요.  


글 _ 최진희 (안나, 서울대교구 문래동본당)
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 구성작가로 10여 년을 일했다. 어느 날 엄마가 되었고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을 찾아 나서다 책놀이 선생님, 독서지도 선생님이 되었다. 동화구연을 배웠고, 2011년 색동회 대한민국 어머니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휴(休)그림책센터 대표이며,  「하루 10분 그림책 질문의 기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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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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