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3일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가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낙태약 도입’에 대해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낙태약이 도입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민경 장관은 10월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많은 분의 필요로 낙태약이 계속 불법 유통되고 있음에도 법이 없어 부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낙태약 도입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후속 입법이 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낙태죄는 폐지된 상태다. 이에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황에서 제한 없이 낙태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정부 부처가 낙태 합법화 과정에서 태아 보호에 대한 언급은 없이 낙태약 도입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국내에서도 낙태약 불법 사용이 문제가 돼왔지만, 이러한 이유로 정부가 낙태약을 도입하면 병원은 물론 가정에서도 쉽게 생명을 죽이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일부 허용 사유 외에 임신 22주까지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헌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만을 고려하라고 하진 않았다. 헌법재판관들은 “생명권은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며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원 장관은 이날 “헌재 결정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당장 후속 입법을 해도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여러 부처가 함께 숙의하는 과정에 있고, 보건복지부가 직접 주관해 성평등부의 목소리만으로는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낙태에 대해 현장과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도 했지만, 태아 생명과 가정 보호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이같은 성평등가족부의 입장에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봉화 태여연 운영위원장은 “주관 부처도 아닌 성평등부가 ‘낙태약 도입’이라는 국정과제를 내놨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한 취지가 무색하게도 여성주의적 입장만 반영하고 낙태의 법률적 용어인 ‘인공 임신 중절’을 ‘인공 임신 중지’로 바꾸는 등 아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 부처로 특히 가정 보호 역할을 하는 성평등부가 태아 생명을 보호하기는커녕 역행하는 데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