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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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물밑에서 움직이던 교황, 개혁 속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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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오 14세 교황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2년 동안 교회 개혁과 사목·사회적 행동을 위해 제시한 미래 지향적 비전을 완화하거나 되돌릴 것이라 기대했던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오히려 예수회 출신 전임자의 의제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레오 14세 교황은 10월 9일, 자신의 첫 번째 권고를 발표했다. 약 2만 자에 달하는 이 긴 권고는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빈곤과 불평등의 구조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를 다룬다.


권고는 대부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4월 선종 전에 집필한 것이지만, 레오 14세 교황은 여기에 자신의 강한 어조를 덧붙여 전임자의 원래 비전을 한층 발전시켰다. 남미에서 오랜 기간 선교사로 사목 활동을 했고, 12년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총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원래 초안에 분명한 깊이를 더하고 있다.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라는 제목의 이 권고는 총 5장, 121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교황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일인 10월 4일을 상징적으로 선택해 문서에 서명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문서 전반에서 성 요한 23세 교황(재위 1958~1963) 이후 가난한 이들을 옹호해 온 역대 교황들의 가르침을 인용하고 이를 발전시킨다.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 뿌리내린 교회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Preferential Option for the Poor)’을 발전시키는 데 수도회들과 수많은 성인이 기여해 왔음을 언급하며, 신앙의 전례적·의식적 측면에만 집중하는 교리적 보수주의자들과 신전통주의자들의 관점에 정면으로 맞선다.


사실,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훨씬 더 자주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그 문헌을 명시적으로 인용한다. 프란치스코의 교황직과 가르침이 공의회의 정신과 텍스트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음에도, 그는 이를 문헌 안에서 직접 언급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따라서 레오 14세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해 온 사회적 의제 즉 복음 선포의 일환으로서의 사회 정의 실천을 완화하거나 철회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은 이번 권고를 보고 실망할 것이다. 미국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 전임자의 도전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레오 14세 교황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직 초기에 추진하려 했으나, 교황청 내부의 압력으로 실행을 포기했던 금융 개혁 계획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관측통이 10월 초 레오 14세 교황이 발표한 자의 교서(Motu Proprio)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듯하다. 이 문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에 서명했던 칙령을 폐지했는데, 당시 그 칙령은 교황청 산하 기관들이 바티칸시국 영토 밖의 금융 기관에 자금을 예치하거나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제 그러한 가능성을 다시 열어 두었다.


다시 강조하자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구상했던 교회 금융 개혁의 핵심은 교황청이 직접 은행이나 자금 운용 사업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는 로마 주교로 선출된 첫 몇 달 동안 “성 베드로는 은행 계좌를 가진 적이 없다”고 반쯤 농담처럼 여러 차례 말했다. 


그때부터 이미 그는 바티칸 은행(IOR)과 사도좌 재산관리처(APSA), 그리고 ‘옛 인류복음화성’ 산하의 부동산 관리 부서 등 교황청의 준금융·부동산 기관들을 폐쇄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 시절에 했던 것처럼, 교회가 직접 자금을 관리하지 않고 신뢰할 만한 외부 은행에 맡기려 했다.


또한 교황청의 불투명한 금전 문제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바티칸시국의 유로화 주화에 자신의 얼굴을 더 이상 새기지 않도록 명령했다.


근대 이후 어떤 교황도 프란치스코 교황만큼 돈의 우상화를 명확하게 비판한 이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교황청 내부의 재정 다툼이 자신의 더 큰 목표, 곧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모든 이에게 열린 야전병원 같은 교회를 향한 개혁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제 레오 14세 교황이 당시 내부 반대로 무산되었던 그 계획을 부활시킨 것이다. 이는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새 교황이 전임자의 개혁 의지를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다.


이 두 사례만 보더라도, 겉으로는 온건하고 소박해 보이는 레오 14세 교황이 어떻게 교회 안에서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적·개혁적 유산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그는 그것을 포기할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으며,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2014~2024)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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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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