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AN] 일본 도쿄대교구장 기쿠치 이사오 추기경이 일본에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여성들은 처방전 없이 해당 약을 구입해 복용할 수 있게 된다.
아스카제약은 10월 20일 발표문을 통해 상표명 ‘노레보(Norlevo)’로 시중에서 판매 중인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판매 개시일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아스카제약에 따르면 여성은 연령에 관계없이 약을 구매할 수 있으며, 올바른 사용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교육을 받은 약사 앞에서 복용해야 한다.
기쿠치 추기경은 “충분한 도덕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 조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조치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증진에 기여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가톨릭교회의 관점에서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중대한 상황에 대한 잠정적 응급조치로 이해할 뿐, 상시적·영구적 해결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스카제약에 따르면 ‘모닝애프터 필(Morning-after Pill)’로 알려진 이 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할 경우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도록 제조된 것이다.
일본에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승인할지에 관한 논란은 2017년 시작됐다. 승인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보류됐다가 2022년 논의가 재개됐다. 일본 의약품심의회는 2023년 5월 23일 승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서방 국가들에서는 오래전부터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일본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는 일본인들이 경구피임약에 대해 불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성교육도 미흡하게 받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반대했다.
일본 주교회의는 과거 노레보의 제조, 판매 승인에도 반대했었다. 일본 주교단은 2010년 12월 성명에서 “응급피임약은 의도적 낙태를 초래하려는 것이고 인공유산은 인간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에 모순된다”며 “응급피임약이 수정란의 자궁 착상을 막을 수 있으므로, 사실상 유산 유도제”라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응급피임약을 필수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약 90개국에서 처방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일본 의료계의 많은 이도 “다른 나라들처럼 일본도 복지 차원에서 10대에게 응급 피임약을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