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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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며 자랑스러운 한국을 이야기한다.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 웹툰 등 K-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서울 명동에만 나가봐도 실감할 정도다. 모든 단어에 ‘K’를 붙여서 이야기할 만큼 한국의 위상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높인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한이냐, 북한이냐를 물어보던 외국인들도 이제는 그런 질문 대신 K-Pop의 아이돌 가수에 대한 궁금증을 이야기할 만큼, 어느새 한국은 세계인들 사이에서 이미 잘 알려진 나라가 됐다. 


한국인들의 자유와 민주에 대한 열망 역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는, 이른바 K-민주주의를 모든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어떤 폭력도 용납하지 않고 비폭력 저항으로 민주화를 이루어낸 한국 현대사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진심 자랑스러운 일이다.


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돌 기념 열병식이 평양에서 있었다. 열병식에서는 북한의 신형 무기들이 등장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20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인 극초음속 ‘화성-11마’, 무인 전술 공격기(자폭 드론) 발사대 등 엄청난 무력을 가진 살상 무기들이 공개되었다. 이를 바라보는 평양 시민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어떤 적들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자랑스러운 조선의 기상이라며….


한편 이에 질세라 연일 방송에서는 KF-21 전투기, K2 전차, 현무5 미사일, K-9 자주포, 한국형 극초음속 미사일 등 전쟁 무기의 탁월한 성능과 세계 곳곳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활약상을 커다란 자랑거리로 소개하고 있다. 과연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일인 것인가? 우리가 생산하고 수출하는 전쟁 무기가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살상의 도구로 쓰이는 일이 그렇게 감사할 일이어서 효자 품목이라고 추어올려도 되는 것일까? K-방산이 평화의 꽃이며 평화를 수출한다고 선전하지만, 결국 한국산 무기가 닿아 터지는 곳은 소중한 인명이 죽어가는 살상의 현장일 뿐이다.


“무기 생산은 이미 알려진 대로 오늘날의 평화를 보장하는 계기가 된다고 그 정당성을 외치는 자들이 있으나, 결코 평화가 ‘무기라는 힘’의 균형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한 국가가 무기를 보강하면, 다른 국가들도 더욱 크게 무기를 보유해야만 한다. … 그 결과 인간들은 일순간에 세상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될 수도 있는 위험한 악몽 속에서 살게 된 것이다."(요한 23세 교황, 「지상의 평화」 110~111항) 60년 전에 발표된 교회의 가르침은 결코 무기의 생산과 판매, 사용을 옹호한 적이 없다.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지난 1월 18일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는 베로나 가톨릭 재단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돈은 이웃을 위해 쓰일 때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해 냅니다. 이를 잊지 마세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투자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무기 제조업이 가장 수익성 높은 투자처가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 투자한다는 것은 정녕 광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투자는 결코 인류의 선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습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바티칸뉴스 1월 18일자 참조)


당장 먹고사는 걱정에 모든 것을 묻어버리는 세상이라지만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생명을 먹이 삼아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죽음의 문화에 사로잡힌, 참으로 비루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모두를 살리는 생명의 문화로 시선과 발걸음을 돌릴 때, 더 큰 인류애로 참된 구원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글 _ 나승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서울대교구 제6 도봉-강북지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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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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