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교황청을 방문해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예방하고, 레오 14세 교황에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계기로 북한을 방문해 달라는 취지의 서한을 전달했다. 남북 관계의 긴장 국면 속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교황 방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초청 형식, 북한의 종교 자유 보장, 국제정치적 역학관계 등 여러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교황 방북에 대한 희망 섞인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적 고려를 넘어, 교황 방북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쳐서는 안 된다. 교황 방북은 한반도 전쟁 종식과 화해의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냉전 이후 교황의 분단·갈등 지역 방문은 평화를 위한 대화의 공간을 넓혀 왔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황 방북이 서울 WYD와 연계될 경우, 청년 세대가 주역이 되는 평화 담론을 촉발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문제를 안보의 영역에서 인권·인도·생태·세대 정의를 포괄하는 통합적 평화 의제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성사가 어려운 일일지라도, 남과 북의 평화에 대한 의지가 모아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기도가 절실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미 교황과 교황청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지를 잘 알고 있으며, 교황 방북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고 믿는다. 이번 방북 요청을 시작으로 한국교회가 우리 민족 전체와 함께, 교황 방북을 통한 한반도 평화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걸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